"30년 감독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마르셀로 리피 광저우 감독)"
"규정대로 다 했다. 광저우에 가서도 대접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최용수 서울 감독)"
아시아 정상을 놓고 맞붙는 FC 서울과 광저우 헝다(중국)의 장외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 오르고 있다. 결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날 선 대화가 오가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서울은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저우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을 치른다.
리피 감독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기자회견에서 "서울에서 조명도 없는 연습구장을 제공하는 바람에 호텔에서 훈련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30년 감독 생활을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최용수 감독은 "훈련 시설에 대해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2주전에 광저우에 통보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과도 이야기가 끝났다"고 맞섰다.
사실 리피 감독의 이러한 주장은 억지에 가까웠다. 보름 전에 광저우 관계자가 국내에 들어와 숙소 및 부대 시설에 대해 모든 논의를 마쳤고 서울 구단에서 훈련장에 대한 정보를 건넸지만 광저우 측은 24일 오후 입국, 뒤늦게 딴죽을 걸었다. 이는 백전노장 리피 감독의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서울이 광저우에 보조구장을 연습구장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광저우도 이를 받아들였었다"며 "이는 AFC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리피 감독은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명장으로 꼽힌다. 1996년 유벤투스(이탈리아)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정상에 앉혔다. 중국 부동산 재벌이 구단주로 있는 광저우는 무려 연봉 160억원의 돈을 주고 지난해 리피 감독을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머니 파워를 앞세운 광저우에는 막강한 용병이 자리하고 있다. 엘케손, 무리퀴(이상 브라질), 콘카(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가 광저우의 공격을 이끈다. 이들 3명의 몸 값을 합치면 200억원에 달한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ALC 4강 2경기에서 뽑아낸 8골 모두 이들의 발 끝에서 나왔다. 이에 맞서는 서울은 데얀과 몰리나, 아디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키플레이어다. ACL에서 5골을 넣어 팀 내 최다골을 기록 중인 데얀과 함께 '도움왕' 몰리나의 왼발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돈의 힘이 아닌 열정의 힘으로 상대와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의 열정, 패기를 앞세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며 "이는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저우가 많은 투자를 해 여기까지 왔지만 축구는 손이 아닌 발로 하는 것이다. 반드시 1차전을 승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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