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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기호품 시대?

입력
2013.10.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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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 우루과이 등이 마리화나(대마초)를 일부 또는 전면 허용하면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세계 각지에서 힘을 얻고 있다. 마리화나의 음성적인 불법 거래로 범죄조직의 배만 불려주느니 차리라 정부가 양성화해서 세금을 매기고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리화나 합법화에 따른 오남용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루과이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내년 하반기 안에 정부가 판매하게 될 마리화나 값을 1g에 1달러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는 이미 7월말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11월 중순 상원의 표결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원은 여당이 다수당이라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 공식 발효될 법안은 정부가 마리화나의 생산, 판매, 유통 등 전 과정을 독점한다는 내용이다. 우루과이에선 현행법으로 마리화나를 불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에도 최근 마리화나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우루과이 국립약물위원회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마리화나 소비량이 22톤(약 4,410만명 1회 동시 투약량)에 이른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마리화나를 마약밀매업자들의 손에서 떼어 내려는 것이 합법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 등은 지난해 담배 같은 기호품으로써 제한된 공간에서 마리화나 흡연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캘리포니아주와 일리노이주 등 18개 주들도 의료 목적에 한 해 마리화나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캐나다는 9월 말에 의료용 마리화나 대량 재배와 유통을 민간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의료용 마리화나가 정부의 통제에 따른 허가제로 운영돼 생산량이 적고 품질도 나빠 암시장 거래를 통한 구입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도 최근 마리화나를 전면 허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찬ㆍ반론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마리화나에 따른 중독성과 부작용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민 중 약 절반이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이중 중독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이후 다른 마약류 소비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마리화나를 피우다 보면 점차 다른 중독성 강한 마약으로 옮겨가게 된다는 '관문론'(gate theory)을 문제로 지적한다. 또 마리화나의 환각 작용으로 인한 사고와 범죄 등의 증가도 우려된다는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이 지난해 조사한 음주ㆍ약물 운전(DUI) 단속 자료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1%가 DUI가 원인이었는데, 마리화나 흡연으로 인해 체포된 운전자가 술에 취한 운전자보다 4배 가량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9년 마리화나 흡연을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법 규정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된 적이 있다. 당시 헌재는 "개인이 마리화나를 수수하고 흡연할 자유도 행복추구권에서 나오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인정했지만, 개인의 행복추구권보다 마리화나의 오남용에 따른 국민보건 상 해악이 더 크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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