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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이 보증수표, 선진국 건설시장 두드리니 열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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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이 보증수표, 선진국 건설시장 두드리니 열리더라

입력
2013.10.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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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리 공사라면, 개발도상국 건설업체에 맡기겠습니까."

대형건설회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그간 유럽 북미 등 선진국 건설시장 진출에 애를 먹은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부가가치가 큰 사업이 많지만 ▦고난도 설계 ▦ 까다로운 규제 ▦텃세 등 진입장벽이 높다. 쉽게 말해 진출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 1965년부터 이달까지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수주금액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한 국가에서만 수주한 금액이 미국 영국 캐나다 수주금액 합계의 15배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선진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연이은 도전에 서서히 결실도 맺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안에 국내 최초로 영국 건설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6월 삼성물산이 속한 머시링크 컨소시엄이 영국 머시게이트웨이(Mersey gateway)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 머시게이트웨이는 영국 리버풀에서 동남쪽으로 20㎞ 떨어진 머시강에 6차선 규모 사장교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인데, 삼성물산은 다리 시공을 맡았다. 사업 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만약 수주에 성공한다면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유럽 선진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그간 국내 업체가 선진국에서 벌인 사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소속 그룹의 해외공장 건설이나 소규모 사업이었다. 예컨대 영국에 한국 업체가 처음 진출한 것은 95년이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공장을 지은 것이었다. 현장만 외국에 있었지 공사는 국내 업체에서 딴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 건설업체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기회이고, 무엇보다 선진시장에서 실적을 쌓는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선진국 사업실적이 다른 지역 수주에 보증수표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들도 선진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국내 업체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삼성물산처럼 보통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외국 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따낸다. 대우건설은 덴마크와 독일을 연결하는 5조원 규모 해저터널 사업의 입찰참가자격 심사에서 스페인업체와 짝을 이뤘고,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 완공 경험을 앞세워 미국 특수교량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변덕스런 날씨, 위험한 지형 등 위험이 큰 중동, 아프리카와 달리 선진시장은 안전하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서 "당장은 수주가 어려워도 계속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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