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강원 전방 소속 부대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오모(28ㆍ여) 대위가 상관의 성추행과 성관계 요구, 가혹 행위 등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24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본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유족이 자신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보낸 오 대위의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오 대위의 상관인 노모(36) 소령이 10개월에 걸쳐 오 대위에게 언어 폭력과 성추행을 가하는가 하면 약혼자가 있는 오 대위가 자신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자 매일 야간 근무를 시키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고 손 의원은 전했다.
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한 육군 헌병대는 지난 17일 노 소령을 구속했다.
손 의원은 “상관이 여군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편하게 군 생활을 하게 해주겠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하는 게 지금 우리 육군에서 통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냐”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에게 따져 물었다. 권 총장은 “저희 군의 실정을 또 다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 대위를) 순직 처리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오 대위는 지난 16일 오후 2시 57분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 인근인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한 주차장 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차량 안에서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나왔다. 여군사관 54기 출신인 오 대위는 지난해 12월 소속 부대에 전입한 뒤 참모 보직을 수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조만간 군 헌병대가 노 소령에게 모욕 및 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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