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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기수… 암도 장애물도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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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기수… 암도 장애물도 훌쩍 넘었다

입력
2013.10.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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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조여오는 고통도 그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46년 승마 외길을 걸어온 김승환(53)이 시상대에 오르자 관중석을 가득 채운 수많은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던 김승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김승환은 최근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말 고삐를 조여 맸다. 그는 지난 20일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열린 제94회 인천 전국체육대회 대장애물 비월경기 결승에서 2위에 올랐다. 모두가 힘들다고 했지만 김승환은 묵묵히 경기에 나섰고 20~30대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의미 있는 수상을 했다.

김승환은 "조금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심적으로 늙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아픈 가운데도 입상할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승환은 한국 승마의 산 증인이다. 1985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의 승마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승환은 이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부터 시작해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무수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에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제자 양성도 멈추지 않았다. "적을 만들어 경기한다"는 농이 나올 정도였다.

김승환은 말에 대해선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좋은 말을 고르기 위해 아프리카를 빼고는 안 가본 국가가 거의 없다. 그의 손을 거친 말만 1,000여 마리가 넘는다. 국내 엘리트 승마 선수들 중 대부분이 김승환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배고프다. 1명이라도 더 좋은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한다.

8세에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말을 타기 시작한 김승환은 46년 동안 한 순간도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 사이 강산이 4번도 더 변했다. 유연성은 젊었을 때에 비해 떨어졌지만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 힘든 투병을 하고 있지만 "내 인생에서 승마를 했던 것에 대해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여전히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개 40대 중반이 되면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승환은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말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늘어나면서 심적으로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마 선수를 예술가에 빗댔다. "말을 다루는 것은 기타나 피아노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 말과 얼마나 마음을 나누고 이해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환은 그 동안 무수한 역경을 이겨냈다.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김승환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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