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버려진 땅을 유전으로 만드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새로 개발한 '거대 억새' 품종을 유휴지에 재배한 뒤 이를 원료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금강 유역에 억새 생산단지를 조성을 끝냈고, 시험 공장을 비롯한 바이오에탈올 생산 체계도 갖췄다. 생산량을 5년 내 300만ℓ(500억원 상당)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농진청은 금강 유역에 바이오에너지용 억새 '거대1호' 시범 생산 단지 148㏊를 완성해 내년부터 해마다 3,000~4,000톤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24일 밝혔다.
거대 1호는 바이오에너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2009년 개발한 신품종으로 높이가 일반 억새보다 두 배 높은 4m까지 자란다. 특히 억새는 브라질ㆍ미국 등지에서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주로 쓰이는 사탕수수ㆍ옥수수와 달리 식량작물이 아닌데다, 바이오에너지 생산효율도 스위치그래스, 밀짚, 버드나무, 포플러 등 다른 비식량작물에 비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억새는 토종식물로 외래종 도입에 따른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농진청은 또 억새를 '분쇄→전처리→당화→증류ㆍ탈수 과정'을 거쳐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해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핵심 기술인 '전처리 기술'과 당화를 위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균주 생산'도 순수 우리 기술로 가능하게 됐다.
파일럿 플랜트 규모의 시험공장도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100㎏의 억새 원료를 처리해 하루 15ℓ의 무수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앞으로 시범단지 148㏊에서 억새 마른 줄기를 수확하게 되면 공장을 증설해 해마다 60만~80만ℓ(12억~16억원)를 생산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또 향후 5년 내에 전국의 강변둔치와 같은 유휴지로 억새 재배 면적을 5,0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2,000만~3,000만ℓ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4,000대를 매년 100일 이상 운행(1일 50리터 사용 기준) 가능한 양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강변 유휴지는 약1만7,000㏊에 달해, 재배 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인후 농진청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 센터장은 "억새를 품종화해 대규모로 생산 단지를 구성하고 에너지화하려는 사례는 세게 최초"이라며 "현재 기술개발 수준은 기술적, 경제적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상용화 중간 단계로 시험 공장 완공을 서둘러 한국형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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