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밀렸다는 이유로 방을 빼라고 독촉하는 고시원 총무에게 흉기를 휘두른 6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남성은 배심원들 앞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배심원 7명 모두 유죄 평결을 내리자 고개를 떨궜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정선재)는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살인 미수로 기소된 김모(6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매달 70만~80만원을 벌며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중곡동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해왔다. 하지만 올해 7월 장마로 인해 일거리가 끊기면서 김씨는 방값을 내지 못했다.
사건 전날인 7월 11일 고시원 총무 박모(47)씨는 술을 마시던 김씨에게 “술값은 있고 방세 낼 돈은 없느냐”는 핀잔을 주며 고시원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박씨에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해 승낙 받았지만, 박씨는 몇 시간 후 재차 방을 비우라고 했다. 졸지에 노숙자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김씨는 격분해 다음날 오전 1시 40분쯤 고시원의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박씨의 얼굴과 왼쪽 옆구리를 흉기로 수 차례 찔렀다. 부상을 입은 박씨는 간신히 도망쳐 목숨을 구했다.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에서 극한 경제난으로 인한 범죄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으나 배심원들은 살인 미수죄로 봤다. 재판을 지켜본 배심원 가운데 4명은 징역 3년, 2명은 징역 2년6월, 1명은 징역 1년3월 등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김씨가 박씨의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실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감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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