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기관들의 잇따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 지도부와 달리 정부ㆍ여당 책임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무게감 있는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몽준 의원은 23일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논란을 두고 여야간 공방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댓글 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문제인데 이는 여야를 떠나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민주주의 발전과 안보를 위해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면서 "인터넷으로 대선 결과가 좌우되진 않았을 거라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겠지만 새누리당이 뭔가 감추려 한다는 느낌을 줬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문제가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집권당과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모든 방법을 활용해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국정원ㆍ군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관계 규명조차 소홀히 하면서 곧바로 '대선 불복' 논란으로 몰아가 정쟁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사건에 여당이 너무 나서도 좋지 않고 너무 나가도 좋지 않다"며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그는 또 "야당은 다소 말이 거칠고 험악해도 야당이니까 하고 넘어가지만,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가려서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과격한 표현을 동원한 맞대응을 삼가라는 취지다.
당 안팎에선 정몽준ㆍ이재오 두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할 때 수도권 중심의 소장ㆍ개혁파 의원들의 집단적인 의견 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권력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범죄인데도 지도부는 매일 '이 정도 갖고 뭘 그러느냐'는 얘기만 한다"면서 "중진의원들이 물꼬를 터놓았으니 지금까지 당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침묵했던 의원들도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ㆍ군의 댓글 사건과 관련,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사과뿐 아니라 특검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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