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지 않음으로써 고용노동부는 24일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예정이다. 1999년 합법화한 지 14년만에 다시 법외노조가 되는 것이다. 그 파장은 단순히 조합원 교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권위적인 학교 운영을 견제하는 역할이 약화될 경우 학생들에게도 억압적인 교육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89년 설립돼 1999년 합법화된 전교조는 일선 교육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해왔다. 교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활동했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에 제동을 걸고 교내 민주화 확산, 권위적 교장 견제 등에도 역할을 했다. 가장 최근의 성과는 혁신학교 설립과 학생인권조례 확산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교조가 법 밖으로 밀려나면 이런 역할이 약화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시ㆍ도 교육청이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해지하면 단협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ㆍ권익향상을 위해 도입한 각종 제도가 효력을 잃게 된다. 전교조는 '학생 의견을 반영해 두발복장 규정을 정한다' '여학생은 교복으로 치마와 바지 중 선택할 수 있다'와 같은 인권보장 조치, 학교가 부담하는 학습준비물 예산(1인당 2만~4만원) 전용을 금지한다는 학교운영 투명화 제도 등을 단협으로 마련했다.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은 "더 이상 법적 단체가 아니라며 교육청이 단체협약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학교가 학습준비물 예산으로 학생 1인당 1만원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교시설 증축에 써도 뭐라 하기가 어려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보수적인 교육감ㆍ교장과 첨예하게 갈등하는 사안이라 제자리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강훈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보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데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면 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혁신학교를 주도한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별 연구모임을 통해 수업 혁신을 이끌어왔다. 박진보 국장은 "법외노조 이후에는 보수적인 교장이 연구모임도 불법 노조활동이라며 막을 수 있어 혁신학교 역시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학교 운영에서도 비민주화가 우려된다. 학내 문제에 대해 비조합원을 포함한 교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장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전교조 분회장이 해왔으나 이 역할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서울의 한 사립 중학교 교사는 "지금도 학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괘씸죄에 걸려 재단 내 다른 학교로 갑자기 보내버린다"며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토론문화가 사라지고 교사ㆍ학생 모두 학교장의 눈치를 보는 일이 심해질 거라는 지적이다.
반면 진보 교육감이 있는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교육청의 경우 전교조의 법외 노조에 반대 입장이고, 민병희 강원교육감 등이 "전교조가 법외 노조가 되도 교원단체로 존중하겠다"고 밝혀 지역에 따라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교조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 부분 일선 학교 현장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용부의 '노조 아님' 통보로 전교조가 곧바로 법외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 3권을 가진 노조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곳은 법원"이라며 "행정관청이 특정 노조에 대해 법외노조라고 구분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의단체로 격하된 전교조는 교육감이 단체교섭을 거부해도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중재하는 노동위원회 등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법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노조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다. 전교조 전임자로 근무하던 교사 77명은 학교로 복귀해야 하고, 노조 사무실 임대료 등 50억여원에 달하는 각종 정부 보조금도 환수돼 재정적 타격도 적지 않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정부가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교원노조를 내치고, 학교현장을 억압적으로 만드는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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