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송현동 66-192번지 외 94필지(9,914㎡) 일대에 사는 주택 소유자 95명은 20년 가까이 집을 팔거나 신축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가 수작업으로 만든 지적도(地籍圖)의 경계 오류로 지적도와 실제 토지 필지가 집단적으로 맞지 않아 1996년 해당 필지가 토지대장에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불편을 해소하려면 토지 소유주들의 3분의 2 이상이 '지적도를 새로 만들겠다'는 데 동의해야 하고 이후 지적 재조사 사업지구로 선정되고 현장 측량을 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그냥 불편을 견디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동구 학동 922-3번지 외 35필지(6,882㎡)는 일제시대 토지조사사업(1910~18년) 당시 세부측량 측정 착오로 지적도에 등록된 경계와 면적이 실제 필지 현황과 다르다. 2002년 집주인들이 측량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고 역시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에 올라 집주인 36명은 10년 넘게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 일제 시대 잔재인 지적도를 청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해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 윤후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적도상의 면적과 경계 등 토지 표시사항이 실제 현황과 집단적으로 불일치하는 '지적불부합지'(地籍不符合地)는 전국 3,733만필지 중 552만필지(10필지 이상 기준)로 무려 14.8%나 된다. 10필지 이하의 지적 불일치는 현황 파악조차 안 돼 있다. 현재 지적도는 일제 치하 임시토지조사국이 실시한 토지조사와 1924년까지 이뤄진 임야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후 100년 가까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일제가 만든 지적도가 좌표에 의한 정밀측량이 아닌 지상 경계라고 판단되는 담장 등 구조물을 기준으로 한 도해측량 방식이어서 이후 현장 변화로 인한 오류가 많다. 또 날씨 변화에 따른 지적도의 수축과 팽창으로 오차가 발생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지적 불일치로 인한 연간 분쟁비용이 4,800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2011년 9월 '지적 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소극적 예산 지원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다. 국토부는 내년 예산으로 841억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고작 30억원만 반영했다. 지난해는 국토부가 200억원을 신청했고 기획재정부가 100억원을 감액하자 국회가 다시 200억원으로 되돌리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감액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과물이 없고 항공측량을 하면 더 저렴하게 사업추진이 가능한 데 지적공사가 직접 측량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측량은 초근접 촬영을 해도 지적조사 오차 한계(7㎝)를 넘어서 사용할 수 없으며, 가시적 결과물이 나오려면 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제 사업시작 2년인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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