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5년 전 일이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 KT는 검찰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당시 CEO였던 남중수 사장은 납품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죄가 있으니까 구속되는 거야 당연한 일. 하지만 이미 수사개시 이전부터 KT주변엔 '남중수 낙마설'이 돌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노무현정부 때 임명됐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대규모 낙하산인사를 시도했는데 남 사장이 이를 거절해 더 괘씸죄를 사게 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쨌든 구속기소로 남 사장은 CEO자리에서 물러났다.
5년이 흐른 지금 KT는 또 한번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22일엔 전격적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참여연대 고발에 따른 수사이지만, 고발장을 낸 게 2월이었는데 왜 하필 지금 와서 수사의 속도를 내는지 아리송하다.
검찰수사의 대상은 이석채 KT회장이다. 전임 남 사장이 검찰수사로 낙마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은 CEO가 바로 이 회장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과정만 보면 전임자가 밟았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다가, 새 정부 출범 후 줄곧 퇴진시비에 시달렸고, 결국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는 점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전 정권 인사의 축출'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수사결과 죄가 있으면 이 회장은 그만 둬야 할 것이다. 그의 거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민간기업인 KT를 아직도 주인 없는 공기업 취급하는, 그래서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권력층의 인식이다. KT가 민영화된 게 대체 언제인데….
이 회장이 퇴진할 경우, 누가 그 자리에 앉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5년 뒤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공산이 아주 크다는 점이다. 새 정권이 오면 물러나라고 할 것이고, 안 나가면 검찰수사가 시작될 것이고, 결국 험한 꼴 보면서 퇴진하는 그런 수순 말이다. 과연 정부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인사를 할 자신이 있을 까.
이 5년 주기 행사에 골병 드는 건 KT다.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무리수가 남발되고,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2018년에는 2008년과 2013년의 데자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연진 산업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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