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廣東)성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신쾌보(新快報)가 1면을 통 털어 기업 비리를 고발했다 공안에 체포된 자사 기자의 석방을 요청하는 글을 실었다. 올해 초 당국의 기사 검열에 맞서 파업을 벌인 남방주말(南方週末) 사태가 재연될지 주목된다.
신쾌보는 23일 1,4,5면 기사를 통해 대형 건설 장비 회사 중롄중커(中聯重科)의 회계 재무 비리를 집중 보도하던 중 체포된 탐사보도 전문기자 천융저우(陳永洲)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5차례에 걸쳐 중롄중커의 비리를 보도한 천 기자는 지난 18일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혐의로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공안에 전격 체포됐다. 신쾌보는 "우리는 책임 있게 보도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가 너무 순진했었다는 사실만이 증명됐다"고 간접적으로 당국을 비판했다. 신쾌보는 자체 조사 결과 천 기자의 기사에서 잘못된 부분은 '광고비와 홍보비'를 '광고비'로 쓴 것 밖엔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쾌보의 또 다른 탐사보도 전문기자 류후(劉虎)도 최근 공안에 구속된 바 있다. 류 기자는 고위 공직자 비리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실었다.
언론이 당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는 중국에서 신쾌보의 항명은 이례적인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새 지도부가 언론과 사상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8월 "여론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 뒤 중국에선 비판적 시각의 인터넷 논객과 민주화 인사, 인권 운동가가 계속 구속되고 있다. 지난 18일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샤예량(夏業良) 베이징(北京)대 경제학원 교수가 해임돼 파문이 일었다. 그는 중국공산당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고 언론 및 사상 통제에 반발하며 '08 헌장' 서명에 앞장 선 대표적 지식인 교수다.
신쾌보의 항명이 제2의 남방주말(南方周末) 사태로 발전할지도 관심사다.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은 지난 1월 입헌정치 실현과 정치체제 개혁을 촉구하는 신년 사설을 실으려다 선전 당국에 의해 제지된 뒤 파업을 벌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