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 등을 명분 삼아 핵무기 보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일본 전문가 리처드 새뮤얼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미국 민간 싱크탱크 전미아시아연구국(NBR)의 연례보고서에 기고한 논문에서 "일본은 여전히 반핵 여론이 강하지만 최근 국내외적 요인으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논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새뮤얼스는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기는 가장 심각한 외부 요인으로 북한을 꼽았다. 그는 "북한이 정권 붕괴 또는 외부 공격에 직면할 경우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으로 일본에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의 핵무기 통제 능력이 의문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감도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내부 요인은 반핵 여론의 퇴조다. 새뮤얼스는 "히로시마ㆍ나가사키 원폭 투하, 비키니 환초 핵실험 등으로 핵 알레르기가 있던 일본 국민과 정치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안보 목적의 핵 사용을 허용한 원자력기본법 개정,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공동성명 서명 거부 등을 징후로 꼽았다. 올해 4월 NPT 회의 때 일본은 '핵무기는 비인도적인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공동성명의 내용이 자국 안보정책과 거리가 있다며 75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논의 역시 핵보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새뮤얼스는 일본의 핵무장 추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핵공격에 취약한 대도시 인구 밀집형 국가라 핵을 보유해도 전쟁 억지력이 떨어지고, 핵개발로 NPT 체제를 탈퇴할 경우 대미관계 악화, 경제제재 등 심각한 외교적 고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뮤얼스는 그러나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불확실하고 특히 북한은 예측불가능한 존재여서 일본이 셈법을 바꿀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도 분명히 핵개발에 나설 것이므로 역내 핵무기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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