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KT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보기에 따라선 통상적인 수사절차일 수도 있다. 고발이 들어왔으니까 수사를 하고, 수사과정에서 자료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이 통상적 수사절차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검찰과 KT주변의 시각이다. 현 정부 출범 초부터 이석채(사진) 회장의 거취문제가 항상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었고, 직간접적으로 그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었던 터라, 검찰의 칼날은 결국 이 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때처럼 이 회장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 받아 이 회장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까지 압수해간 것으로 안다. 통상적인 기업인 수사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전했다.
검찰수사의 시작은 두 번에 걸친 참여연대의 고발 건이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스마트애드몰, 사이버MBA 등 인터넷광고와 교육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고발장을 냈고, 이달 초엔 2010~2012년 39곳의 전화국 건물 등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로 싸게 팔아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또 한차례 고발했다.
물론 KT는 이 같은 혐의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KT관계자는 "정상적 경영활동의 일환이었으며 고발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거취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고강도 압수수색인 만큼, KT일각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1월 취임했으며 지난 해 연임에 성공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MB맨'으로 분류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박근혜정부 출범 초부터 이 회장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 정부 고위층이 이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으나, 이 회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이유로 즉각 하차를 거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검찰수사인 만큼 예사롭게 볼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직전 CEO였던 남중수 전 회장의 퇴진과정과 똑닮은 '데자뷰'를 언급하기도 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임명돼 연임했던 남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퇴진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2008년 검찰수사로 구속과 함께 CEO에서 퇴진했다.
KT주변에선 명예를 중시하는 이 회장의 스타일로 볼 때, 당장 쫓겨나듯이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랜 공직경험으로 공과 사의 구분이 워낙 분명해 검찰의 혐의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검찰수사가 이 회장에 대한 강제퇴진수순의 일환이라면 계속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현실적 시각이다.
어쨌든 KT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그리고 이번에도 5년 만에 똑같은 CEO리스크에 휩싸이게 됐다. 설령 이 회장이 물러난다 해도 정부 또한 "지분하나 없는 민간기업을 장악하려 든다"는 여론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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