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지휘부와 갈등을 빚은 윤석열(53)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검찰청이 22일 감찰에 착수하면서 범위를 서울중앙지검의 위임전결규정 관련 사안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수사팀 부팀장인 박형철(45) 공공형사수사부장의 징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임전결규정이란 사안별로 최종 결재권자와 결재 범위를 규정한 내부규칙이어서 두 사람의 규정 위반 여부가 감찰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은 직책상 규정 위반 여부를 따질 대상이 아니어서 징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전 팀장이 전날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수사 외압 의혹 등은 외면한 채 그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만 감찰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찰은 윤석열 징계 수순인가
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체포ㆍ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경우 중요사건은 차장검사가, 일반사건은 부장검사가 최종 결재권자다. 윤 전 팀장은 특별수사팀장이 '차장검사급'이기 때문에 전결로 처리하는 것이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지검장은 차장검사란 '차장급'이 아니라 해당 검찰청의 차장검사를 뜻하기 때문에 영장 청구는 윤 전 팀장의 전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규정에 명시된 차장검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규정위반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역할과 권한을 두고도 두 사람의 주장은 다르다. 조 지검장은 이 차장이 결재권자라고 주장하고, 윤 전 팀장은 그가 지휘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박 부장의 경우 전결 과정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조 지검장이 국감에서 "영장이 박 부장 전결로 처리됐다"고 밝혀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지검장 주장대로 차장검사 전결 사안을 박 부장이 처리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특별수사팀 출범 이후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전결 처리한 다른 사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팀장의 전결 처리 전례가 있다면 이번 사안을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 차장이 처리했다면 윤 전 팀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수사외압 의혹은 끝내 묻히나
감찰 범위가 한정되면서 조 지검장은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 전 팀장은 21일 국감에서 "지검장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며 직권남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윤 전 팀장이 제기한 법무부와 국정원의 외압 및 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감찰에서 제외돼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없게 됐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압은 그것을 받은 사람의 주관적 감정이 판단 기준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감에서 사실관계가 거의 드러난 마당에 감찰을 실시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고위직들을 대상으로 감찰을 해도 해명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감찰이 국정원 수사에 가장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어떤 외압보다 큰 외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조 지검장이 '야당 좋은 일 시킬 일 있냐'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끝이고, 했다면 사퇴하면 된다. 감찰로 얻을 실익은 없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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