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이 22일 의료 과실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 의사와 시민을 법정 자문단으로 참여시키는 '열린 의료재판'을 국내 처음으로 열었다. 의료인과 일반인간 견해차가 큰 의료 분쟁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법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이날 동부지법 15호 법정. 한 부모가 생후 7일된 자신의 아이를 진료했던 A대학병원을 상대로 11억1,6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재판부 등에 따르면 2011년 5월 8일 생후 7일이었던 B군은 갑자기 황달 증세를 보였다. 부모는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의료진은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다며 돌려보냈다. 이튿날 B군이 패혈증 증세를 보여 다시 이 병원에 갔으나 의료진은 다시 한 번 항생제만 투여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B군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10일 C대학병원은 소장이 꼬여 피가 공급되지 않는 '중장염전'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B군의 소장은 괴사된 상태였다. C대학병원은 B군에게 "뇌손상, 사지마비, 인지기능 장애 등으로 노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판정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측 변호인은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측 변호인은 "A대학병원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B군의 확진과 완치를 위해 노력했다"며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처치와 진단을 다한 병원에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맞섰다.
전문의 4명, 시민 5명으로 구성된 법정 자문단은 1시간 20분간 진행된 재판을 지켜본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재판부에 각자의 의견을 전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의료 과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단에 참여한 어환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병원의 책임을 무한정 인정할 수는 없고 합리적인 기준 안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매우 고민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오경실(54ㆍ주부)씨는 "전문지식이 부족하지만 인간의 도리라는 측면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동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임동규)는 이들 자문단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내릴 방침이다. 재판부는 추후 선고기일을 공지하기로 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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