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사다. 은퇴를 발표한 직후 2군 감독으로 선임된 선수는 지금껏 없었다. '대권 수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현역 은퇴와 동시에 소속 팀 SK의 2군 감독으로 새 출발하는 박경완(41)은 사실상'포스트 이만수'로 낙점됐다. 2군 감독 직은 전통적으로 차기 감독으로 가는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이만수 감독 역시 2011년 3월부터 8월까지 2군 감독을 거친 뒤 김성근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김기태 LG 감독 역시 2군 감독으로 출발했다. 게다가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2군 감독을 맡겼다는 건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경완을 2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22일 공식 발표했다.그 간 2군 선수를 지도한 김용희 2군 감독은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책임지는 육성 총괄 겸 스카우트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해 올해까지 23년간 활약한 박경완은 프로야구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공수 겸장 포수로 꼽힌다. 탁월한 실력을 앞세운 그는 1998년과 2000년(이상 현대), 2007∼08년·2010년(이상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말년에는 타격보다 영리한 투수 리드와 천재적인 볼 배합으로 SK 전력의 30%라는 말까지 나왔다.
박경완은 통산 2,04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9리를 기록했지만 홈런 314개, 995타점을 올려 포수 가운데 최고의 슬러거로 활약했다. 이승엽(삼성·358개), 양준혁(은퇴·351개), 장종훈(은퇴·340개), 심정수(은퇴·328개)에 이어 역대 통산 홈런 5위이자 포수로는 최다 홈런이다. 또 현대에서 뛰던 2000년 5월1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국내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때렸고, 2001년에는 포수 최초로 '20(24홈런)-20(21도루)'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00년(40개)과 2004년(34개) 등 두 차례 홈런왕에 올랐고 골든글러브도 4차례(1996, 1998, 2000, 2007년) 끼었다.
박경완은 구단을 통해 "지금 현역을 마무리하는 것이 명예롭다고 생각했다.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깊이 감사 드리고 지도자로서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패 후 4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2007년 한국시리즈를 꼽았다. 박경완은 "23년간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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