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선수라면 반드시 높은 탄력과 빠른 스피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선수는 운동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고, 센터 치고는 큰 키도 아니지만 농구를 잘한다. 파워와 영리함을 앞세워 전쟁터 같은 코트에서 살아남은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이는 바로 모비스의 토종 빅맨 함지훈(29ㆍ198㎝)이다.
함지훈은 모비스의 프로농구 역대 최다 17연승 신기록 경신의 중심에 섰다. 다양한 공격 옵션을 장착한 함지훈은 유재학 감독이 지목한 이번 시즌 '키 플레이어'다. 실제 이번 시즌 4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평균 18.5점을 넣었다. 어시스트 또한 평균 5개로 가장 많다. 공격 1옵션으로 자리매김한 함지훈을 지난 21일 용인 모비스 숙소에서 만났다.
함지훈이 돌파와 3점슛을?
함지훈의 강점은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격하는 포스트업이다. 또 높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훅슛도 일품이다. 지난 시즌까지 단순한 공격 옵션으로 일관했지만 올 시즌 180도 달라졌다.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돌파를 하고, 3점슛을 던지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3점슛은 경기당 한 개 꼴로 4개 던져 2개를 넣었다.
함지훈은 "비시즌 동안 훈련할 때 외곽에서의 움직임에 대한 질책을 매일 코치님으로부터 들었다"며 "가장 변화의 중점을 둔 것은 밖에서 공을 잡으면 머뭇거렸는데 이제는 받자마자 자신 있게 외곽슛을 던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함지훈은 슛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타적인 마인드 때문에 기회가 생겨도 자신보다 동료를 더 먼저 봤다. 그러나 유 감독의 숙제를 받고 골 밑이 아닌 밖에서 공을 잡은 뒤 공격을 시도하는 연습을 수 없이 반복했다. 때문에 올 시즌 플레이 스타일이 과감해졌다.
함지훈은 "슛을 외곽에서도 던지니까 수비가 바짝 붙는다"면서 "그 때 수비를 제치고 페넌트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봐도 파고 들어갈 때 속도가 느린데 수비가 잘 못 막더라"며 웃었다. 이어 "항상 감독님에게 많이 혼났는데 올 시즌에는 아직까지 공격적인 부분에서 한번도 혼나지 않았다"고 뿌듯해했다.
우리 팀 모비스는 언제나 한결 같아
함지훈은 17연승 대기록 달성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단일 시즌 기록이 아니라 두 시즌에 걸쳐 이뤄진 것이라 해도 그 어느 팀이 넘볼 수 없을 만한 대기록이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함지훈이 바라보는 팀은 어떤 팀일까.
그는 "17연승을 하든지, 17연패를 하든지 항상 정해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며 "신인 때나 지금이나 정말 똑같다. 단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처음에 물통을 챙기는 위치였다면 지금은 중고참이 됐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연승 효과에 대해선 "우리 팀이 강하다는 것을 경기하다 보면 느껴진다"면서 "많이 이기다 보니 조금 지고 있어도 마지막에 '이기겠지'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왼 종아리 미세 골절로 정규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빠른 재활 속도로 팀의 막판 연승 행진에 힘을 보탰다. 그 동안 활동 반경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은 문태영과의 호흡도 이 때부터 잘 맞았다. 그 결과 팀의 4강 플레이오프 3연승과 챔피언 결정전 4연승이라는 퍼펙트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함지훈은 "부상으로 빠져 있는 한 달간 팀이나 개인이나 둘 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문)태영이 형과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있었는데 코트 밖에 있는 동안 많이 생각을 하고 연구했다. 태영이 형이 안에서 플레이를 하면 내가 밖으로 나오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혔고, 서로 호흡이 잘 맞아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탄력은 원래 나와 먼 친구
함지훈은 본인 스스로 운동 능력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덩크슛을 한다고는 하지만 구단 관계자가 2007년부터 지켜본 바로는 "한 번도 못 봤다"고 한다. 어쨌거나 진실은 본인만 안다. 비록 운동 능력은 떨어지지만 함지훈의 포스트업 능력은 리그 톱 수준이다. 힘 좋기로 소문난 고려대 이승현 역시 연습 경기에서 차원이 다른 함지훈의 파워에 혀를 내찼다.
함지훈은 "(김)주성이 형이나 (김)종규처럼 신체 조건이 좋고, 도움 수비가 빠른데 나는 그러질 못한다"며 "내 몸에 맞는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력은 농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과 똑같다.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중앙대 재학 시절 날렵해 보인 것은 지금보다 몸이 말라서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힘 대 힘의 대결에서 함지훈이 밀리는 선수가 있다. 오세근(KGC인삼공사)이다. 2011~12 시즌 막판 상무에서 전역한 뒤 오세근과 격돌한 경험이 있다. 함지훈은 "한 두 번 붙어봤는데 내가 많이 밀렸다"며 "(오)세근이가 정상 몸 상태를 회복하고 만난다면 골 밑이 아닌 밖에서 움직여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을 마치면 첫 자유계약선?FA) 자격을 취득하는 함지훈은 "FA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자극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신경 쓰는 것도 아니다. 내 성격상 상황에 맞게끔 주어진 대로 할 뿐이다. 다치지만 않고 우승과 함께 시즌을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용인=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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