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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막내 "출퇴근 카드 셔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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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막내 "출퇴근 카드 셔틀 괴로워"

입력
2013.10.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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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했어)? 책상 위에 있는 내 (출퇴근)카드 좀 찍어줘. 차가 막혀 살짝 늦을 거 같네.'

서울 강남의 한 광고대행사 여직원 임모(25)씨는 출근시간에 선배로부터 툭하면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다. 출퇴근 시간이 기록되는 사원증을 오전 9시 전 출입문의 리더기에 찍어 지각을 면하게 해달라는 부탁이다. 6개월 넘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임씨는 아예 선배의 사원증을 갖고 다니게 됐다.

전자카드식 사원증으로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살피는 회사들이 늘면서 직장 상사들에게 '출퇴근 카드 셔틀'을 당하는 막내 사원들이 늘고 있다. 선배들이 성실하다는 평판이나 시간외 수당을 챙기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다.

21일 임씨는 "세 번 지각하면 월별 성과급을 받지 못하니 두 번 지각한 선배들은 더 집요하게 카드 셔틀을 요구한다"며 "어떤 선배들은 잠깐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이려고 '내 의자에 담요를 놓아달라'는 등 추가 주문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 컨설팅 회사 사원 김모(29)씨는 선배들과 술을 마시다가 밤늦게 사무실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임무다. 선배들의 사원증을 출입문에 찍어 '야근 후 퇴근'으로 꾸미라는 특명 때문이다. 그는 "밤 11시 이후 야근자는 다음날 1시간 늦게 나와도 되고, 야근수당까지 받으니 너도나도 카드 셔틀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회사가 눈치채도 선배들은 약삭빠르게 다른 수법을 내놓는다. 수도권의 한 IT업체는 카드와 사내 컴퓨터로만 접속할 수 있는 메신저 접속 시간을 대조해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 그러자 회사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선배들은 '로그인 셔틀'을 추가했다. 자신의 사번으로 메신저에 접속까지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막내 사원들은 선배들의 글 한 줄, 직장 내 험담 한 마디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참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씨는 "한 선배가 월별 인사평가에 '예의가 없다'고 적어 한동안 '윗사람 대접 잘하라'고 지적을 받았다. 카드 셔틀을 대놓고 거절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사원들이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선배들의 사적 심부름에도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잡코리아가 7월 직장인 5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직장에서 거짓말을 해봤다'고 답한 514명 중 20%(103명)는 '미안하다면서도 매번 심부름을 부탁하는 선배에게 '괜찮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했다.

경찰청 산하 준정부기관인 도로교통공단의 임원 자리를 퇴직 경찰들이 사실상 독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은 인사청탁, 음주운전 등 직원들의 비위 적발이 끊이지 않는데다 경영평가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과 김현 민주당 의원 등이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사장을 포함해 현 공단 임원 6명 중 5명이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다.

2011년 4월 부임한 주상용 이사장은 서울경찰청장을 지냈고, 교육본부장은 서울경찰청 차장 출신이다. 교통과학연구원장ㆍ운전면허본부장ㆍ안전본부장은 각각 경기ㆍ인천경찰청장 또는 차장으로 퇴직했다. 경찰 출신이 아닌 임원은 방송본부장이 유일하다.

2001년부터 따지면 임원으로 선임된 26명 중 무려 23명이 퇴직 경찰이다. 전문 경영능력이 필요한 자리를 경찰 출신들이 독식하면서 공단은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11년(B등급)을 제외하고 줄곧 6개 등급 중 4번째인 C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관장 평가는 5년 내리 C등급 이하에 머물렀다. 유승우 의원은 "2010년과 지난해 경영평가 C등급을 받았는데도 성과급을 이사장은 12%에서 24%로, 임원은 20%에서 24%로 각각 올려 받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통안전 전문기관이라는 설립 목적이 무색하게 직원들의 교통법규 위반도 속출했다. 공단 직원의 음주운전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3명,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단 직원의 관용차 운행 중 교통법규 위반 사례도 187건이나 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직원의 최고 징계는 정직 2개월이었고 상당수는 경징계인 감봉 1개월에 그쳤다.

솜방망이 징계는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승진 대가로 직원들에게 1,700만원을 받아 챙긴 한모 전 인천지부장에게도 적용됐다. 공단은 자체 감사를 통해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줬다"는 이유로 경징계인 감봉 3개월에 처했다. 이 정도의 직무관련 부패 행위라면 파면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김현 의원은 "안전운전을 책임지고 교통사고 근절에 앞장서야 할 공단이 최악의 기관으로 전락,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며 "능력 없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한 조직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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