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년에 세금으로 막아야 할 돈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정부 발표가 그제 나왔다. 올해 적자보전금 1조9,000억여 원보다 무려 31% 늘어난 규모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직전의 보전금이 올해 수준이었으니 불과 4년 만에 개혁효과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져 현 정부에만 보전금 규모가 15조 원에 달하고 차기 정부에는 31조 원이 넘는 등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공무원연금의 부실은 2009년 개혁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를 2012년까지 5.5%에서 7%로 단계적으로 올리면서도 2010년 이후 입사한 신규 공무원을 제외한 대다수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연금액이나 수령연령을 건드리지 못했다.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시늉만 내는 개혁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내는 보험료에 비해 받아가는 연금액이 다른 연금보다 터무니 없이 많다. 국민연금의 올해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84만4,000여 원인데 공무원연금은 219만 원으로 2.6배에 달한다. 보험료 대비 수령액 비율로 따지면 국민연금은 1.7배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그렇잖아도 기초연금과 연계되면서 장기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가입자의 탈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군인연금이나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정구조가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연금대상자가 늘면서 군인연금의 적자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고, 비교적 사정이 좋다는 사학연금도 2033년이면 재정이 고갈될 전망이다.
복지재원 부족으로 증세까지 검토되는 마당에 적자의 대부분을 국민 세금에 의존하는 공무원연금의 방만한 운영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4년 전의 개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무원의 집단이기주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중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보험료, 수령액, 수령연령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4가지로 나눠져 있는 연금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장기적인 대책도 강구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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