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이끌어 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국정원의 '대선 트위터 여론조작'에 관한 수사계획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거든 내가 사표를 쓰면 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장이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수사팀에게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수사를 막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윤 지청장은 "지난 15일 저녁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계획을 적은 보고서를 댁에 들고가 보고했지만 검사장이 격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지청장은 당시 정황을 묻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다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지검장이) '야당이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을 하겠냐.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 받겠냐'고 해서 지검장과 이 사건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의 비협조로 즉각적인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검장 방침대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뜻을 거슬러 수사를 하게 됐다"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저희 가족들도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체포된 직원들에게 진술거부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수사방해 행위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지청장은 "(조사에 입회한 국정원 측) 변호인들이 원장의 '진술불허 방침'을 전달하고 계속 주입시켜 '진술 시 고발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조 지검장이 국정원 직원들 조사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 지청장은 "17일 국정원 직원 조사 중 직무에서 손을 떼고, 직원들을 석방하고 압수물도 돌려주라는 (지검장의) 지시가 왔길래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만이라도 허가해 달라고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소장 변경이 윤 지청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의 브리핑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조 지검장은 보고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접 기록을 보지는 못했고 승인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윤 지청장은 수사 과정에서 보고 누락이나 지시 불이행으로 법ㆍ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 거듭 부인하면서 "(검찰 수뇌부에서) 수사가 완전히 불법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소를 취소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전 SNS단장인 윤정훈 목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의 트위터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이 동일한 글을 서로 리트윗(재전송)한 정황이 발견된 사실도 드러났다. 윤 지청장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묻자 "보고 받았다"고 시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 허가 여부를 30일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해 즉답을 하기 어려운 만큼 검토 후 추가 기일을 잡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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