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가을 개편으로 신설된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1TV)의 첫 방송을 앞두고 일방적인 방송 연기를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익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한 역사학자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가 패널로 나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21일 오후 사측으로부터 주 교수가 패널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방송 연기를 통보 받았다"며 "이는 특정 인물에 대한 사실상의 출연 제한이며,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역사를 바꾼 하루를 중심으로 그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역사 토크쇼로, 주 교수 이외에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해영 영화감독, 류근 시인 등 네 명이 고정 패널이었다. 지난 17일 가을 개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언론에 공개했고, 18일 제1회 '왕과 왕의 아버지- 고종 vs 흥선대원군'편을 녹화한 데 이어 26일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KBS측이 주 교수를 배제시키는 것은 물론 2회로 예정됐던 명성황후 편마저 보류시키고, '정조 4부작'으로 내용을 바꾸라고 통보했다.
이처럼 갑작스런 변경은 교육부가 이날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보완하라고 해당 출판사에 통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도 있다. KBS가 보수단체나 현 정권에 불편한 인사를 블랙리스트로 정리해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주 교수가 지난 9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베트남에서 양민 학살이 있었다"고 발언해 고엽제전우회로부터 비난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KBS측은 이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에 비판적인 특정 패널의 출연을 문제 삼아 불방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KBS 대기획과 연계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의해 방송 시기를 연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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