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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0월 21일] 고치려고 맘만 먹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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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0월 21일] 고치려고 맘만 먹는다면…

입력
2013.10.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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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의 얘기다. '자유칼럼그룹(www.freecolumn.co.kr)'에서 보내는 이메일 한 통을 흥미롭게 읽었다.

자유칼럼그룹은 현업에서 물러난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공간이다. 언론인뿐 아니라 교수 작가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주제와 격식,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칼럼들이다. 무료인 데다 메일링 서비스도 된다.

매번 이메일로 받고는 있지만, 유독 내 눈길을 끌었던 그날의 칼럼은 김수종의 'KT서비스 유감'이었다. 필자는 한국일보에서 주필까지 지낸, 내게는 대선배다. 게다가 칼럼제목에 특정기업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였기 때문에 기업을 담당하는 산업부장으로서 내가 모르는 KT관련 이슈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돌아가신 모친의 전화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에 관한 것이었다. 어머님이 40년 넘게 쓰시던 유선전화를 해지하기 위해 KT에 연락했더니, 사망자 계약해지는 유선으론 불가능하고 유족이 사망서류를 갖고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필자는 결국 몇 달이 지나 KT지점에서 해지절차를 밟았는데, 굳이 직접 방문이유를 납득할 수 없을 만큼 간단했다고 한다. 그 사이 쓰지도 않는 전화 기본료가 계속 빠져나갔음은 물론이다. 다른 데도 아닌 전화회사에다 전화를 그만 쓰겠다고 요청하는 게 왜 전화로 안 되는 것인지, 신규가입은 그토록 쉬운데 해지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필자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이 시대에 이런 불편한 절차는 개선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100% 맞는 지적이었다. 나 역시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이런저런 정리과정에서 KT관련은 아니지만 비슷한 애로를 겪었던 터라 더욱 공감이 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KT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칼럼얘기를 꺼냈고, 사망자 해지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그 칼럼을 접하고, 즉시 고쳤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이런저런 불만이 제기되어도 역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잘 고치지 않고, 뭔가 큰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개선 검토에 들어가는 게 우리나라 민원처리 관행인데 KT의 이번 대응은 놀랄 만큼 신속했다. KT광고 문구 그대로 '리얼리?'였다. 그래서 그 경위와 과정을 좀더 물어봤다.

KT는 칼럼을 접한 뒤, 곧바로 고객만족(CS)본부 주관으로 회의를 열었는데 처음 실무진들은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유족 본인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부터 다른 통신사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까지. 하지만 긴 토론 끝에 결국 고치기로 결론을 내렸고, 칼럼이 나간 뒤 열흘 후 '가족사망에 의한 해지접수 및 처리'지침을 개정해 직원교육까지 마쳤다. 그 결과 이젠 직접 가지 않아도, 전화로 신청하고 관련서류를 팩스로 보내면 사망자가 사용하던 전화를 쉽게 해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아무리 부당한 절차, 불합리란 관행도 존재하는 이유는 다 있기 마련이다. '바꿔선 안 되는 까닭'을 열거하라면, 아마 백 가지는 더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불합리함을 인정한 다음 반대로 '바꿔야 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회사 아닌 고객입장에서 보는 발상의 전환이다. LTE니, LTE-A니, 혹은 광대역이니 하는 첨단기술보다 더 좋은 고객서비스는 바로 이런 생활 속 작은 불편을 고쳐주는 것이다. 아마 찾아보면 사망자 해지절차 말고도 고쳐야 할 것들, 또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은퇴한 대선배의 체험 칼럼은 KT의 열린 자세 덕에 이렇게 끝이 났다. 모처럼 기분 좋은 결말이었다.

이성철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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