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제품들을 하나로 합친 '돌연변이 가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단순 합체 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영역까지 만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러 기기가 필요한 일을 하나의 기기로 해결해 공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돌연변이 가전들이 1인 가구나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동부대우전자가 선보인 프라이어 오븐이 대표적인 제품. 지난해 말 음식을 기름 없이 튀길 수 있는 에어프라이기를 연구하던 동부대우전자 연구팀은 필립스가 한 발 먼저 에어프라이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품 개발의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에어프라이기와 복합오븐을 합쳐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양경회 주방기기연구소장은 "고객 인터뷰 결과 기능은 좋지만 프라이어 하나에 30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가격이나 공간의 부담을 줄일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6월 복합오븐에 에어프라이기를 합체한 '프라이어 오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2,000대 이상 팔리며 일반 오븐 대비 3배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이달 초 프랑스, 러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7개국에 1만대 이상 수출도 시작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휘센 난방에어컨'은 난방과 냉방이라는 반대 기능이 하나로 합쳐졌다. 에어컨은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실외기로 빼낸 뒤 열교환기로 식힌 차가운 공기를 내뿜는다. 반면 난방기는 히트펌프로 차가운 공기를 뜨겁게 데워 뿜어낸다. LG전자는 이를 하나로 합쳐 전기료를 끌어 내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겨울에 많이 쓰는 전기히터와 비교해 전력 소모량이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며 "히터는 주변 공기만 뜨겁게 만들지만 난방에어컨은 뜨거운 바람으로 실내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소니가 이달 초 내놓은 최신 MP3플레이어 'WH시리즈'는 헤드폰 모양의 MP3플레이어에 스피커 기능까지 집어 넣었다. 스마트폰의 강세로 설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MP3플레이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대신 헤드폰, 스피커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겠다는 몸부림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최신 커피메이커 'CM5'는 뚜껑 위에 컵을 데우는 기능을 설치해 비용이나 공간 모두를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능과 모양을 지닌 제품들이 쏟아지지만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양한 기능을 합친 가전제품들이 성공하려면 철저한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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