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사 아크베어즈의 황민중 대표는 게임개발업체 넥슨과 협업을 논의하던 중 뜻 밖의 제안을 받았다. 넥슨이 운영하는 벤처 창업공간인 넥슨앤파트너즈센터(NPC)에 무료 입주 제의였다. 위치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있는 서울 선릉 지하철역 근처이고 사무실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 전기세까지 지원해준다는 설명에 귀가 솔깃했다. 결국 황대표는 제의를 받은 지 2주 만에 서울 홍대입구 지하철역 근처에 있던 사무실을 NPC로 옮겼다.
황 대표는 창업 후 서너 번 회사를 옮길 때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정부 지원이 세금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각종 증빙서류나 보고서, 일정비율의 창업자 분담금을 요구하고 다양한 감사를 실시하기 때문. 가뜩이나 사업에만 매진해야 할 벤처기업에겐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황 대표는 "넥슨은 입주업체를 선정할 때 다른 부분보다 업체의 성장과 발전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NPC에 입주한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신입직원 채용이 쉬워지는 등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넥슨이 지원하는 NPC는 이미 게임 벤처기업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하다. NPC는 지난해 5월 넥슨이 성장 가능성 있는 유망한 게임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릉역 인근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약 1,000 ㎡ 규모에 6개 회사 60여명이 일할 수 있는 규모다.
넥슨이 임대료와 인테리어비용, 관리비 등 제반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입주기업은 무상으로 개별 사무공간과 공동공간(회의실, 휴게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넥슨과 자주 교류하며 협업이 손쉽게 이루어진다는 점과 넥슨이 성장 가능성을 엄격하게 평가해 입주를 허가했다는 후광효과를 받을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이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넥슨은 올해 1월 4개 업체 50여명이 입주할 수 있는 NPC 2호점을 선릉역 인근에 재차 열었고, 지난 16일 판교에 3호점(1,888㎡, 12개 회사 120명 입주 가능)을 잇따라 개설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처음 시도했지만 지금은 다른 게임ㆍIT 기업들도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유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NPC 운영을 맡고 있는 이주연 넥슨 신사업본부 대리는 "넥슨은 이렇게 퍼주고 뭐가 남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게임개발 벤처기업,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하고 생태계를 만들어가면 결국 넥슨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2011년 게임업계 최초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즈(넥슨컴즈)를 설립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는 제도다.
넥슨컴즈는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운영서비스 지원과 품질관리, 고객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체험형 디지털 감성 놀이터인 '더놀자'를 운영하고 있다. 넥슨컴즈는 현재 74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2월 설립 당시와 비교해 2.5배가 넘게 성장했고 이 중 장애인 직원이 약 36%(27명)에 이른다.
특히 주력 사업부서인 웹서비스운영팀은 29명 중 22명이 장애인이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 비율이 55%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BCC)에 위치한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사옥에는 장애인 직원들을 위한 각종 특수시설을 완벽히 갖췄고, 모든 문은 문턱을 제거한 자동문에 전체 이동통로와 동선에 장애인 보조시설인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넥슨컴즈가 운영하는 디지털 감성 놀이터 '더놀자' 역시 게임업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공헌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구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에 총 280여평의 신개념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관했는데, 주로 컴퓨터와 학원 공부 등으로 신체 활동을 경험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신나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진서 넥슨 기업문화실 이사는 "넥슨은 단순한 나눔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들을 실천해 선 순환구조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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