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작과 관련,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것으로 추정해 확보한 트위터 계정은 402개다. 또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공소장에서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 5만5,689건을 유포시켰다고 적시했다. 하루 평균 510건의 글을 확대, 재생산한 셈인데 국정원은 어떻게 막대한 분량을 퍼나를 수 있었을까.
국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론조작에 개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직접 트위터 글을 다시 전송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특정 글을 재전송하도록 만들어진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흔히 ‘봇’(로봇의 줄임말)으로 불리는데, 특정 트위터 계정이 글을 작성하면 봇은 프로그램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둔 작업을 알아서 시행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특정 키워드에 반응할 수 있고, 예약된 시간에 트윗글을 전송하게 할 수도 있다. 또 인간을 흉내내며 다른 트위터 사용자와 대화를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부 사용자의 봇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탓에 최근엔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마치 타인인 것처럼 봇을 활용해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폐해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급기야 미국 트위터 본사는 지난 7월 자동 트윗 작성, 자동 리트윗, 자동 팔로우, 자동 멘션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급속한 전파 속도와 파급력에 비해 적발은 쉽지 않은 편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의심 트위터 계정의 아이디와 이메일 주소 등을 미국 트위터 서버에서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미 법무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자료를 넘겨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사팀은 국내 포털사이트 등을 뒤져 트위터 계정과 포털 아이디를 일일이 대조ㆍ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수사팀이 미국측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추적해 아이디 및 증거 자료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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