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자율협약을 만들었다고 한다.(한국일보 19일자 9면 보도) 이웃에 살면서도 서로 무관심하고 각박한 관계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이제 말다툼을 넘어 흉기로 찌르고 불을 지르는 끔찍한 사건을 야기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스스로 분쟁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10개의 실천방법을 협약서에 담고, 자율조정위원회를 구성, 공동체간 소통과 배려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무척 신선하다.
이 지역 주민들이 만든 협약서에는 이웃이라면 누구나가 납득할 만한 행동수칙들이 담겨있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세탁기나 청소기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아이들이 지나치게 뛰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도록 부모가 조심하도록 했다. 애완동물 등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고, 무거운 집기 등을 던지지 않도록 하는 등 그야말로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상의 생활규범이 담겼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의 핵심인 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주간 5분 평균 55㏈이던 소음 기준치를 1분 평균 40㏈로 낮추고, 야간은 5㏈이 더 낮은 기준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기준치를 넘어선 소음이 이웃으로부터 측정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국토부도 신규 아파트에 대한 층간소음 측정기준을 새로 마련해 관보에 고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한다고 이웃간 분쟁이 사라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층간소음은 물론 보다 더한 이웃간의 피해가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웃 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법적 규제나 징벌적 조치로는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주민들이 서로간의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자율협약은 요즘같이 메마른 공동체 생활환경에서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방안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과 관용으로 이웃에게 다가간다면 층간소음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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