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주부터 시중에서 친환경농산물 인증표시 위반행위를 특별조사 한다고 뒤늦게 나섰다. 엉터리 인증마크를 남발하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수십억 원을 착복한 인증기관과 브로커 등을 검찰이 적발해 기소하자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인증 평가와 관리 부실은 비단 친환경농산물을 넘어 국내 산업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친 이미 광범위하게 누적된 상태다. 이젠 시늉뿐인 부처별 현장단속 같은 대책보다는 민간인증제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이 절실하다.
농림부 관계자는 엉터리 인증의 실상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여기에서 일일이 그걸 다 어떻게 챙기냐"는 한심한 대답을 했다. 그런 태도의 이면에는 대개 부처 사무관급 한 명이 수많은 민간인증업체를 관리하는데, 그 각각의 인증업체들이 수행하는 수많은 인증평가를 어떻게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느냐는 항변이 섞여 있다. 실제로 농림부 뿐 아니라, 지난 7월 고교생 해병대캠프 참사로 불거진 청소년 체험캠프나 수시로 문제가 불거지는 어린이 보육시설 등의 관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 등도 기껏해야 수시로 보직이 바뀌는 사무관급 한 명이 관련 업무를 떠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주무부처들이 '밥그릇'만 쥔 채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동안 민간의 인증평가는 최소한의 공공의식과 기강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공무원들까지 협잡에 가담한 이번 친환경농산물 인증 비리는 최악의 경우다. 그러나 임의단체나 재단 등이 유관업무를 전담하는 체험캠프나 보육시설 인증평가도 엄정한 기준과 심사가 작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친소관계나 뒷돈에 얽힌 비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민간인증 관리 부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처별로 나누어진 인증 관리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발전 단계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운영 중인 한국인정지원센터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부처에 산발적으로 맡겨 둘 일이 아니라 범정부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