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정원 순천만, 생명을 심다'를 주제로 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8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0일 막을 내렸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원 문화를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면서 힐링과 친환경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를 나름 흥행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성공 개최'로 평가할 만 하다. 특히 정원박람회를 통해 순천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다, '정원박람회장'이라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도시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행사가 끝나면 다시 철거하는 산업박람회와 달리 정원박람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울창해지고 정원의 완성도가 높아져 지역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27만의 작은 자치단체가 정부의 큰 재정지원 없이도 관람객 440만 명을 끌어들이고 유료입장객 비율을 86%나 기록하는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지자체의 국제행사 성공 개최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박람회 기간 100만 명의 학생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아 정원박람회장이 초중고교생들의 생태학습장과 수학여행지로 새롭게 떠올랐다는 고무적인 반응도 나왔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던 정원을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고 즐기는 공원개념으로 확장함으로써 국내 정원문화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장 초반 운영미숙과 순천만경전철(PRT·무인궤도택시) 파행 운행 등 철저한 준비부재에 따른 각종 시행착오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또 목표 관람객 수 400만 명을 초과 달성했지만 정원박람회장 조성 비용 등으로 2,455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점을 감안하면 '고비용 저효율 박람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만 자체만으로도 연간 평균 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투자 대비 수익률은 민망한 수준이다. 실제 박람회조직위원회가 박람회 기간 벌어들인 수입은 입장권 판매(370억 원)와 기념품 판매 및 시설 임대(45억 원) 등으로 겨우 420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순천 체류 시간도 4시간에 불과한 데다, 이중 80% 이상이 당일 관광으로 끝내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기대 이하였다. 당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원박람회를 통해 1조3,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700억 원의 부가가치효과, 1만1,000개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순천만정원박람회만의 킬러 콘텐츠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각종 전시ㆍ시설물이 꽃과 나무 위주로 평면적이고 정형화해 "볼 것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 특히 11개국이 참여한 세계정원의 경우 해당 국가의 문화와 역사, 전통 등을 함께 보고 싶었지만 규모가 작고 내용물이 빈약하고 조잡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각에서 이번 박람회를 "콘텐츠가 밋밋해 관람객 늘리기에만 급급한 내실 없는 반쪽 박람회였다"고 평가절하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순천시의회 이종철 행정자치위원장은 "킬러 콘텐츠 부재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며 "예산 투입대비 수익이 현저히 낮았고 지역민들이 기대한 경제효과는 체감하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흥행 성공에 대한 강박감 속에 관람객 유치 목표 400만 명을 채우기 위해 주제와 어긋나게 흥행·놀이 중심의 대형 콘서트를 개최하고 편법으로 관객을 동원하는가 하면, 2,000~3,000원짜리 저가 할인 입장권을 남발해 박람회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인 관람객은 16만여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4%에 그쳐 국제행사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고, 학생들로 관람객 숫자 채우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석 순천시의원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시민들을 투입하며 6개월 동안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쏟았으나 순천시가 입장객 숫자 채우기 조급증에 걸려 박람회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사후활용에 소홀했다"며 "정원박람회 성공 여부는 폐막 후 냉정한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시민주도의 방안 마련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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