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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포부… 20년간 뚜렷한 성과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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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포부… 20년간 뚜렷한 성과는 없어

입력
2013.10.1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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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구상'은 역대 정권이 품어온 공통된 꿈이었다. 좁게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넓게는 유럽과 아시아 전체까지 하나로 묶으려는 원대한 포부다. 이는 지정학적으로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 위치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 성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안보에서 경제로

유라시아 구상의 원류는 노태우정부의 '북방외교'다. 냉전이 끝나고 장벽이 걷히면서 과거 적성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1990년 구 소련을 시작으로 현재의 러시아 연방 산하 14개 국가와 92년 초까지 수교를 맺었고 91년 9월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내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들어 북한이 몽니를 부리면서 흐름이 끊긴다.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1차 북핵위기가 촉발되자 정치ㆍ안보분야에 초점을 맞춘 북방외교의 취지는 자연히 퇴색된다.

김대중정부 들어 유라시아 구상이 틀을 갖추면서 초점이 안보에서 경제로 바뀐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사업이 추진된다. 남북간 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스, 원유 공급문제도 함께 다루자고 수정 제안 하면서 유라시아 구상은 급물살을 탔다. 북한과 유라시아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다.

에너지, 자원으로 확대

2003년 이후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에너지와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절박해졌다. 이에 노무현정부는 2006년 중앙아시아 진출방안을 수립하는 등 러시아를 넘어 자원의 보고인 내륙의 중앙아시아로 유라시아 구상의 범위를 확대한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3월 철도, 에너지, 농업 등 3대 분야를 망라한 '신(新) 실크로드 구상'을 밝혔다. 기존의 철도 협력 외에 한ㆍ러 양국이 석유와 가스를 공동개발하고, 연해주의 영농과 조림사업까지 접목시키는 원대한 계획이다. 동시에 자원외교를 국정의 핵심기조로 내세우며 중앙아 공략을 강화했다.

화려한 대신 실속은 없어

이처럼 지난 20여 년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유라시아 구상의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쟁적으로 의욕을 부린 탓이다. 우리의 상대인 북방국가들의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지 않고 규제와 부패가 만연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 변수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남북관계가 원활할 때는 유라시아 구상이 탄력을 받았지만 북한과 틀어지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장밋빛 청사진에 지나지 않았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과욕을 부릴 필요는 없다"며 "한낱 구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대국과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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