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조사한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의 지휘 간부가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사과장이나 부장 역시 독자판단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진술한 내용을 검찰이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18일 열린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나선 장병덕 전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대장의 "책임을 떠 넘기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아래 사람이 혼자 판단하기 힘들었다"는 검찰 진술 내용을 밝혔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놓고 김 전 청장의 개입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 대장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이에 대해 질문했을 때는 "밤샘 조사를 받아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 (진술 당시) 검찰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경찰청에서 서울청으로 파견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던 장기식 분석관이 "서울청 간부들에게 문재인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ㆍ지지에 해당되는 게시글 및 댓글을 발견 못했다는 보고서 내용은 허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밝혔다. 장 분석관은 서울청에서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직전 장 대장의 사무실에서 장 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장을 비롯해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대부분의 서울청 간부들은 '수사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분석팀 내에서 이견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장 대장은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당시 같이 있던 김모 기획관에게도 물었지만 (관련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고 답했다.
장 분석관을 비롯해 경찰청에서 파견된 4명의 분석관들은 '혐의 사실이 없다'는 결론의 수사결과 보고서에 서명을 망설이며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분석관은 검찰 진술에서 "수사결과 보고서에 (아이디ㆍ닉네임 등 분석과정에서 드러난) 자료가 첨부도 되지 않은 채 '혐의 관련 사실 발견 못함'이라고 기재돼 분석관들이 서명하기를 꺼렸다"고 말한 사실을 이날 법정에서 인정했다. 검찰은 "장 분석관이 보고서 작성 마감시간이 촉박해 분위기상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