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이끌어 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트위터' 활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뇌부의 반대에 부딪치자 팀장 전결(專決)로 체포와 조사, 공소장 변경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시 불이행과 보고절차 누락을 이유로 윤 팀장을 즉각 수사에서 배제했으나, 국정원을 강하게 압박해 온 수사팀의 기조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검찰 일부 간부의 태도가 수사팀 보고누락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8일 대선 관련 댓글 게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위터에서도 5만5,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ㆍ반대하는 글을 올려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추가됐다.
앞서 수사팀은 16일 법원에서 트위터 활동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4명의 체포영장 및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17일 오전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이들 중 3명을 체포해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들이 대선 직전 집중적으로 게재된 선거ㆍ정치 관련 글을 자동 재전송(리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해 퍼 나른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이 모든 과정을 전결 처리했으며, 체포 직후 윗선에 보고했다. 윤 팀장은 앞서 국정원 직원들이 여러 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하자 압수수색 및 체포가 불가피하다는 수사팀 의견을 모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으나 보류 지시가 내려지자 영장 청구 등을 강행했다. 윤 팀장은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가 있어 급히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지검장은 17일 오후 윤 팀장에 대해 직무 배제 명령을 내렸으며 윤 팀장은 18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2차장 등에게 미리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및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검찰 내부 기강을 문란케 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 대검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