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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9일] 바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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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9일] 바이 코리아

입력
2013.10.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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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를 비롯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3인의 업적은 한마디로 자산가격 변동에 관한 예측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파마는 '효율적 시장가설(EMH)'에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장은 모든 정보(돌발변수)를 그때그때 매우 효율적으로 반영해 춤추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반면 공동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EMH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통해 단기예측은 불가능해도 3~5년 후 정도의 장기예측은 가능하다는 이론을 세웠다.

▲ 하지만 세상만사가 도깨비처럼 가격에 반영되는 현실에서 주가나 금리, 환율 같은 걸 전망하고 예측한다는 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비이성적 과열'이나 '광기', 또는 조지 소로스의 '붕/쾅(Boom/Bust)' 같은 용어만 봐도 가격변동의 불가해성은 충분히 짐작될 정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가격예측 이론을 활용한 투자로 한 때 성가를 높였던 해지펀드 LTCM이 러시아 모라토리움이라는 단 한 건의 돌발상황에 붕괴된 것도 가격예측의 허망함을 웅변한다.

▲ 그러니 금융시장에서 가격상승 기대를 부추기는 낙관적 전망이라는 것도 어쩌면 속 빈 호객행위에 불과할지 모른다. 외환대란이 아시아를 덮치기 1년 전인 1996년만 해도 온통 장밋빛 전망뿐이었다. '신흥시장'이니 '아시아 4룡'이니 하는 찬사가 이어지면서 그 해 상반기에만 상하이 85%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증시는 30% 내외 급등하는 과열로 치달았다. 그 장밋빛 전망이 '손해를 보더라도 팔고, 즉각 아시아를 떠나라'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아우성으로 바뀌는 데는 채 1년이 안 걸렸다.

▲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고, 외국인 순매수가 사상 최장기인 35일 이상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가 잔뜩 들뜬 모습이다. 연말 코스피지수 2,300선에 대한 기대도 무성하다.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지만, 급락하는 환율과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 등을 감안할 때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다. 왠지 불안한 잔치 같은 느낌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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