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출보다 강렬한 70년대 포르노 스타의 절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출보다 강렬한 70년대 포르노 스타의 절규

입력
2013.10.18 12:24
0 0

사람들(정확히는 남자들)은 스타라고 열광했다. 하지만 현실은 눅눅하고 어둡기만 했다. 대중들 앞에 서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으나 집에 들어오면 남편의 주먹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카메라 앞에서 적나라한 성행위를 하면서도 손에 쥔 돈은 고작 수천 달러. 평범한 여성에서 깜짝 포르노 스타가 된 인물 린다 러브레이스의 기구한 삶은 현대에도 이어지는 가부장적 사회질서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영화 '러브 레이스'는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라는 전대 미문의 포르노 히트작에 출연한 실존 인물의 생의 궤적을 추적한다.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남자에게 절대 순종하도록 교육 받은 보수적인 여성 린다(아만다 세이프리드)가 역설적으로 포르노의 수렁에 빠지는 과정을 비추며 억압된 여성의 현실을 고발한다. 포르노 스타를 주인공으로 삼고, 포르노 산업의 이면을 들추는 선정적인 소재인데도 영화는 살색 대신 회색에 가깝다.

영화는 남편 척(피터 사스카드)이 빚을 갚기 위해 린다를 포르노 배우로 내몰고, 그녀의 성을 착취해 갖은 돈벌이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듯 바라본다. 마치 린다의 개인적 불행은 가정적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처럼 언뜻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린다의 고통을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포르노 배우가 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편견이 린다의 불행을 더욱 조장한 것 아니냐고 영화는 은근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도전적인 문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리듬감과 강약이 아쉬운 영화다. 관음증적 시선을 통해 화끈한 노출을 보길 기대한다면 특히 실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청춘 스타인데도 노출을 서슴지 않은 세이프리드의 열연이 스크린에 돋을새김 한다. 감독 롭 엡스타인, 제프리 프리드먼. 17일 개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