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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 피플의 시선, 아시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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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 피플의 시선, 아시아로 향한다

입력
2013.10.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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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1층 MCM 매장은 이상한 열기로 들떴다. 매장에서 가방을 고르는 이들은 중국인이 틀림 없었고, 초대가수 비에게 열광하는 이들은 일본어로 대화했다.

"싱가포르는 차명계좌가 허용되거든요. 중국 거부들이 몰리는 이유죠. 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 번씩은 다녀가는 이 호텔에 매장을 낸 건 아주 전략적인 사고예요."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독일 패션 브랜드 MCM은 2005년 한국 기업 성주그룹에서 인수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MCM의 이미지는 '백화점 가방', 그 이상은 못되지만 중국에선 명품 반열에 올라 있다. 베이징 갤러리 라파예트 등 중국 상류층이 자주 가는 백화점을 골라 집중 공략해온 덕이다. MCM이 중국과 함께 눈독 들이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다. 중국의 돈 지갑, 한국의 아이돌, 일본의 패션 등 아시아 최고의 문화 세력을 한데 모으기에 최적의 장소인 싱가포르는 지금 새로운 변화의 열기로 꿈틀대고 있다.

"유럽은 재정 위기에 허덕이고 미국인들은 비싼 옷을 사지 않습니다. 지금 패션계 최고의 소비자는 단연 아시아예요." 싱가포르 피데(FIDe) 패션위크 대표인 프랭크 신타마니는 아시아 국가들이 왜 패션의 소비자에 머물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일본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는 뛰어난 패션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뉴욕이나 파리에서 데뷔하려고 기를 쓰죠. 왜일까요? 그곳에서 활동해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니까요. 패션의 생산력과 소비력이 모두 아시아로 이동하는 지금, 이 곳에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활동할 플랫폼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이 같은 생각 위에서 만들어진 피데 패션위크는 올해로 3년째다. 아시아 패션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남성 패션과 오트 쿠튀르(고급 기성복)를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11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 이상봉과 송지오가 참가했다. 패션쇼가 한창인 12일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초청돼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루이비통은 스타들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하는 거죠. 지금K-팝은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 콘텐츠입니다. 아시아 패션을 알리는 데 이보다 좋은 수단이 없습니다."

'패션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발상은 10년 전만 해도 꿈 같은 소리였다. 그러나 중국 거부들의 힘을 바탕으로 중국 화가들이 근 2, 3년만에 세계 미술계를 장악한 지금, 패션계도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올해 피데 패션위크에는 파리의상조합 멤버들이 참가했다. 파리 컬렉션을 주관하는 파리의상조합이 프랑스 바깥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다. 한때 중동 거부들의 돈 지갑을 노렸던 이 협회가 이제 중국 부자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을 세계적인 패션 도시로 만드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패션학교 분카패션대학 등 세계 유명 단체와 기관들도 피데 패션위크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주최사이자 장소 제공자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아시아 최대 수준의 쇼핑몰로 지원 사격을 한다. 이번 피데 패션위크에 참가한 홍콩 기반 브랜드 '무아젤(moiselle)'과 '제르맹(germain)'은 호텔 내 쇼핑몰에 새로 매장을 열었다. 패션쇼에서 본 옷을 바로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구조다.

신타마니 대표는 패션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데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변화의 기미는 이미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은 모두 외교 문제에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쇼에서 만난 이들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요. 패션 분야에서 아시아 중심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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