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또 산재 인정 판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했지만 정부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산재를 인정했다. 2011년 6월 법원이 삼성전자 전 직원 황유미씨 등 2명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후 두 번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 1부(부장 이승택)는 18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전 직원 김경미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백혈병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근무하는 동안 백혈병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발암물질 노출 여부를 더 이상 규명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시 사용된 화학물질 자료를 보존하지 않거나 일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삼성전자에도 원인이 있어 근로자 측에게 높은 정도의 증명책임을 부담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999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 2라인 식각공정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2004년 퇴사했다. 2008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 이식을 했지만 재발해 2009년(당시 29세) 사망했다. 김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고, 지난 3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조원일기자 call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