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국정감사가 과거의 '정쟁 국감'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며 출발했지만, 국감을 정쟁의 무대로 활용하는 예전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국감에는 국가정보원과 국가보훈처에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도 대선 당시 인터넷 댓글 작업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커진 만큼 여당이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민주당은 아직도 대선 뒤풀이에 급급하고 있는데, 이런 자세를 빨리 민생으로 돌려야 한다"며 사안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국감을 펼치자는 주장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드러난 의혹을 해소하기도 전에 이를 대선 뒤풀이로 규정하며 상대당을 공박하고 나서는 것은 불리한 국면을 뒤집으려는 또 다른 정쟁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도 문제다. 당장 오늘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 공세에 나설 태세다. 국감 기간에 제1야당이 장외로 무대를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야당의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켜 보려는 정략적 계산이 더 많아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는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 공약의 후퇴와 증세 문제, 역사교과서 논란과 국정원 개혁, 창조경제와 일자리 문제 등 박근혜 정부 8개월을 감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애초 628곳에 달하는 피감기관을 선정하고 200명에 달하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제기된 상황이었다. 내달 2일까지 남은 국감 기간에 여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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