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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라붐·정무문 기억나니?… 스크린 재회 너무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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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라붐·정무문 기억나니?… 스크린 재회 너무 설레!

입력
2013.10.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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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붐'(1980)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프랑스 영화다. 청순미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를 청춘의 상징으로 탄생시킨, 이젠 고전이 되다시피 한 로맨스물이다. 국내에서도 이 영화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책받침이나 연습장에 마르소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게 했다.

수많은 젊은이를 설레게 한 흥행작이지만 '라붐'은 한국에서 개봉한 적이 없다. 1986년 '라붐2'가 개봉하면서 '라붐'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졌고 이후 비디오테이프와 TV를 통해 국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라붐2'가 히트하자 한 영화전문지가 '라붐'의 특별상영회를 연 정도가 극장 상영의 전부다. 전학한 13세 소녀가 남자들과 야릇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의 줄기부터가 당시 한국인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고 당연히 흥행수입도 포기했을 거란 게 영화계의 지배적 추정이다.

한국 극장가에선 볼 수 없었던 '라붐'이 24일 한국에서 지각 개봉하게 된다. 극장 종영 뒤 TV에 방영되는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거슬러 TV 방영과 비디오테이프 출시를 거쳐 한참 뒤 극장에서 선보이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다. 30년이나 묵은 '라붐'이 뒤늦게 극장가를 찾은 이유는 최근 영화계 복고 바람과 무관치 않다. 30, 40대가 극장가의 주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창고에 방치된 영화들이 빛을 보고 있다. 최근 IPTV를 필두로 한 극장 밖 부가판권시장의 활성화도 시간에 묻힌 영화들의 개봉을 재촉하고 있다. '시네마 천국'과 '그랑블루' '정무문' 등 옛 영화들의 재개봉 붐에 이어 지각 개봉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지각 개봉 대열에 합류하는 영화는 예술이란 수식이 붙는 영화가 대다수다. 벨기에 영화 '미스터 노바디'(2009)와 일본 영화 '두더지'(2011)가 대표적이다. 24일 개봉하는 '미스터 노바디'는 '토토의 천국'과 '제8요일'로 국내에 알려진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의 최근작이다.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소개됐던 작품이고 해외 평판도 좋았으나 국내 관객을 찾진 못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히고 설켜있는 복잡다단한 구성이 흥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일본의 김기덕'이라 불러도 무방할 소노 시온 감독이 연출한 '두더지'의 개봉(31일)도 의외란 평가다. 아버지를 죽인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예술영화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 극장 개봉은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지각 개봉 영화들 목록엔 익숙한 작품들도 끼어있다. '동사서독 리덕스'(2008)와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감독판'은 오래 전 국내에 선보였던 '동사서독'(1995)과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을 왕자웨이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각각 자신의 입맛에 더 맞게 새로 편집한 영화들이다. 엄밀히 따지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200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며 세계 영화계에 화제를 뿌렸다. 국내 한 영화사가 수입을 했으나 흥행이 불투명해 국내 상영권리에 대한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개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 3년 전까진 영화팬들 사이에서 '동사서독 리덕스'를 영영 국내 극장에선 못 볼 것이라는 푸념이 흘러나오곤 했다. 결국 관객들의 기호와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른 영화사가 새로 수입 계약을 맺으면서 개봉(11월 28일)에 이르게 됐다

재개봉 붐에 이은 지각 개봉 바람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성공 사례를 두고 영화사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창고 영화를 개봉시키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하는 한 영화사 대표는 "관객들의 향수에만 기대 무리하게 수입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IPTV가 떠오르는 황금시장은 맞지만 안정적인 수익모델은 아직 아니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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