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관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전 국정원 직원이 수사에 관여한 서울경찰청 간부 2명에게 '고맙다'는 취지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서 경찰 간부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이 무렵 수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 같은 주장이 나옴에 따라 경찰의 수사 축소ㆍ은폐 과정에 국정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한층 커지게 됐다.
1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상식적인가, 국민에게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진 의원은 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이 6일간 국정원 직원과 45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서도 "같은 부서 직원이나 연인이라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문자 수신자로 지목된 서울경찰청 간부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15일 경찰청 국감에 이어 여야는 이날도 경찰의 국정원 수사 축소ㆍ은폐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 '증인 답변 가이드라인' 논란까지 벌어져 국감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 만에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논란은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이 민주당 김현 의원의 국정원 수사 관련 질문에 연이어 "네"라고 답하며 촉발됐다.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이 "김 전 청장 재판과 관련,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민감한 질문에 너무 무책임하게 답한다"고 질책하자 민주당 간사인 이찬열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어떻게 증인에게 직접 발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나. 이건 여야를 떠나 국감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정확하지 않은 질문에 오해의 소지 있어 주의를 준 것일 뿐"이라며 황 의원을 거들었고, 민주당 김현 의원 등은 "유감표시를 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약 40분간 국감이 중단됐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김 전 청장이 댓글 사건 수사 중인 지난해 12월 15일 부인 및 지인들과 청장 집무실에서 사진을 찍고 오찬 회동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며칠 앞둔 비상시국에 청장이 집무실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일이 적절하냐"고 따졌다. 이들의 방문이 서울청 출입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지인들이라고 그냥 드나들었다면 대통령 경호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이 뚫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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