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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두를 이유 약해진 밀양… 다시 한번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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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두를 이유 약해진 밀양… 다시 한번 대화를

입력
2013.10.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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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3ㆍ4호기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2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공사재개를 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 여름과 같은 전력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도 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한 한전이 내세운 명분은 이것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신고리 3ㆍ4호기의 준공시점은 내년 8~9월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신고리 3ㆍ4호기의 가동은 사실상 2015년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발전기 내에 설치된 무려 총연장 900㎞의 불량 케이블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준공이 늦춰진 이상 칠순, 팔순의 시골노인들이 경찰들과 보름 넘게 대치하고 있는 바로 지금, 공사를 서두를 이유도 명분도 사라진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어렵사리 재개한 공사인 만큼, 이번에 반드시 끝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공사를 중단해 봐야 반대 측과 또 다시 끝이 안 보이는 평행선을 달릴 게 뻔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밀양 송전탑의 경우 기본적으로 원전 준공보다 송전선로 설치에 관한 설비적 문제다. 공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 짓겠다"는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언급에서도 그런 속내가 읽힌다.

돌이켜보건대 모든 국책사업 갈등의 뿌리는 정부나 사업기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방식이었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은 요식 절차였기에 피해는 크고, 보상은 적은 당사자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따지고 보면 밀양 송전탑 사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한전은 줄곧 '대화와 타협'을 내세웠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뒤늦은 대화와 타협'이었다는 걸 스스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게 어떨까 싶다. 신고리3호기 준공연기로 강행 명분이 줄어들어 주민들이 더 격앙된 상태에서, 계속 밀어붙였다가는 정말로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 시간 여유가 생긴 만큼, 정부와 한전은 길바닥에 나앉은 주민들과 다시 한번 대화 설득 타협에 나서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대화에 진정성을 보일 때, "더 이상 정부와 한전의 거짓말을 믿지 않겠다"던 주민들의 얼어붙은 마음도 조금씩 녹아 내리고 '무조건 반대'가 아닌 '합리적 토론'도 가능해질 것이다.

밀양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든 국책사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국책사업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대화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번이 그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김정우 산업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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