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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큰 싱글족, 소비 트렌드 바꾼다

입력
2013.10.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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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1인 가구)의 씀씀이가 3, 4인 가구를 능가하고 있다. 핵가족보다 더 분화했다는 의미의 '전자가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싱글족은 수적으로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여력에서도 전통적인 3, 4인 가족 가구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소비시장의 판도도 싱글족 위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가구(1인가구, 3, 4인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수입에서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인 가구가 32.9%로, 3, 4인 가구(17.2%)보다 배 가량 높았다. 똑같이 100만원을 벌면 3, 4인 가구는 이것저것 빼고 17만원 정도 밖에는 소비할 여력이 없지만, 싱글족은 33만원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절대금액에서도 1인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80만5,000원으로, 3, 4인 가구(73만5,000원)보다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소비시장은 이미 싱글족 위주로 재편되는 추세다. 특히 먹거리 관련 품목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싱글족의 이용이 많은 편의점 진열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에서 도시락, 2ℓ 생수, 가정간편식(HRM) 등 1인용 상품매출은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 전년동기 대비 22.8%나 증가했다. 이처럼 1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편의점들은 ▦매달 2, 3개의 새로운 도시락을 선보이고 ▦컵라면과 함께 먹어도 부담 없는 크기의 삼각김밥을 출시하는 등 싱글족 전용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1, 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소포장, 소용량 상품의 판매가 전년대비 평균 20~30% 이상 늘고 있는 추세"라며 "식사대용상품, 소용량 야채, 과일 뿐만 아니라 위생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자체브랜드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1인용 상품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이마트가 싱글족들을 위해 필수채소 10여 가지의 중량을 기존보다 3분의 1가량 줄여 990원에 판매하고 있는 '990 야채'의 경우 지난해 대비 25%의 매출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조각과일과 조각피자, 6구 계란, 4분 조리식 등 '4인 가구'아닌 '1인 가구'용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방용품과 가전제품도 사이즈가 줄어드는 등 1인용이 대세다. 이마트에선 16㎝ 프라이팬과 전골냄비 등 미니사이즈 주방용품의 상반기 매출이 45%나 성장했고, 소형 가스레인지 매출 역시 15% 증가했다. 심지어 설거지를 번거로워하는 1인 가구의 특성에 맞춰 간편히 세척할 수 있는 가정용 식판까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지난해 25.3%로 늘어났다. 네 집중 한 집은 나홀로 가구란 얘기다. 수적으로도, 구매력에서도 점차 주력소비층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여력이 큰 1인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젠 상품ㆍ서비스시장도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특성에 맞춰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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