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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8일] 수능 수학 시험 범위 축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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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8일] 수능 수학 시험 범위 축소, 시급하다

입력
2013.10.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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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이 이달 중 곧 결정될 예정이다. 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수능에서 '수학 시험 범위 축소' 문제이다. 정부의 수능 개편 시안에서 교과 융합을 고려한 3가지 선택지가 나왔다. 어느 방안이 타당한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수학 수능 시험 범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수학은 어렵고 양이 많아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는 대표적 과목이다. 수학을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자' 양산에 그치지 않고, 그 열등감이 다른 교과로 옮겨져 공부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수학 관련 종사자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분들에게 수능에서 수학 비중이 높은 것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수학 시험의 양을 줄이면 마치 심각한 학력 저하가 일어날 것처럼 공포를 조장하기도 한다. 또한 그간 정부도 이런 수학 관련 종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거슬러 학생들과 국민들의 입장에서 바른 대책을 세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수학계의 '학력 저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지금 고교 수학 교육과정은 배울 내용이 너무 많고 난이도가 높아서 내용 전달만도 벅차다. 수학에 대한 흥미는 진작 잃은 채, 대다수의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수능을 보기 직전까지 수학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는 수학을 포기하고, 상위권 아이들조차 흥미 없이 문제 풀이의 기계가 되어 버렸다. 이런 현실이 국가 수학 경쟁력에 어떤 이익을 준다는 말인가. 수학 범위를 줄이면 학력 저하가 일어날 것이라는 수학계 주장에 대해 전국 학부모들 1,009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학부모들 88%가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문조사 의견 쓰기란에는 수학계 입장에 대해 거의 분노에 가까운 울분을 토로했다. 국민들이 지식과 생각이 짧아서라고 반박만 할 수 있을까.

수학 시험 범위 축소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즉,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골라 공부할 수 있고, 수능에서도 필요한 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고교에서 과학탐구, 사회탐구는 각각 8과목, 11과목을 배우고 수능에서는 그 중 2과목만 선택해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수학의 경우만 문과 이과 각각 3과목, 5과목을 배우면서 사실상 그 모든 과목이 수능 범위가 되고 있다. 문과는 상경 계열에서만 미적분학을 시험 보면 될 것을, 국문과, 국사학과 할 것 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다 미적분 시험을 보게 하고 있다. 이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 주장은 간단하다. 2017학년도 수능 개편 안에서는 수학도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 보게 하라는 것이다. 즉, 수능 수학 시험 범위와 관련해서 문과의 경우엔 1학년 때 배우는 수학Ⅰ과 수학Ⅱ 이 두 과목은 필수 과목으로 하고,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Ⅰ은 그 중 한 과목만 골라 시험 보게 하라는 것이다. 이과의 경우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 세 과목을 필수로 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 중 한 과목만 선택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문과 중 상경 계열 희망자는 미적분Ⅰ을 선택하고, 그 밖의 인문·사회계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도 대학 전공을 공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과도 학과에 따라서 셋 중 하나를 선택해도 이공계에 진학해서 공부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그 이상의 수학 과목 성취 정도를 확인하고 싶으면 학생들의 학교 내신의 해당 수학 과목 성적을 살펴보면 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수학의 난이도와 양에 대해 치를 떠는 것은 수학 교육계 입장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정부 또한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2017년 수능 개편 안에서 수능 수학 범위만큼은 줄여야 한다. 이번에 못 줄이면 더 큰 대가를 치른 후 이 문제를 푸는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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