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4)에게 2013년 가을은 남다르다. 강산이 한번 변한 뒤 다시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 지난 10년 간 출중한 개인 성적을 쌓아 올리며 팀의 리더로, 국내 프로야구의 간판타자로 우뚝 선 그지만 추억이 돼 버린 가을 야구에 대한 집념은 점점 더 커졌다.
굴욕으로 점철된 지난 10년 역사를 모두 경험한 건 LG 베테랑 가운데서도 오직 박용택뿐이다. 주장 이병규는 잠시 일본(2007~2009년)으로 떠났고, 이진영과 정성훈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2009년 이적해 왔다. 팬들의 비난을 온 몸으로 떠 안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박용택은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2푼8리에 67타점을 올리며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로 인도했다. 박용택은 지난해부터 팬들에게 "올 가을엔 꼭 유광 점퍼를 장만해 두시라"고 호언장담했고, 올해 그 약속을 지켰다.
박용택의 진가는 11년 만에 다시 밟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발휘됐다. 경기는 패했지만 1차전에서도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했던 그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잠재된 '가을 DNA'를 분출했다.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박용택은 팀이 선취점을 뽑은 2회말 2사 3루에서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이재우를 풀카운트 접전으로 괴롭힌 끝에 추가 타점을 올리는 좌월 2루타를 때렸다. 리즈의 역투 속에 결국 박용택의 이 한방은 쐐기타가 됐다. 또 이재우를 조기에 끌어 내리며 두산 마운드 운용을 혼란스럽게 만든 결정타이기도 했다.
박용택은 1회말 첫 타석에서도 볼카운트 2-3에서 깨끗한 좌전안타를 때렸고, 2-0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가서도 2루수 오재원 쪽으로 향하는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2루타 2개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타선의 첨병이었다.
박용택은 신인이던 11년 전 KIA와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박용택이란 이름 석 자를 야구계에 널리 알렸다. 10년 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꿈틀대는 가을 느낌은 11년 전 그대로였다.
박용택은 경기 후 "신인이던 2002년 포스트시즌 때는 정규시즌과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오늘 못 치면 내일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11년이 걸렸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 타석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과 '덕아웃 시리즈'에 대해서는 "대학교(고려대)때 연세대와 야구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감이고 뭐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 표현했다.
박용택과 리즈의 투타 활약에 힘입은 LG는 두산을 2-0으로 제압하고 1패 뒤 반격의 첫 승을 올렸다. 리즈는 최고 160㎞의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8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무장해제시켰다. 삼진은 무려 10개를 잡아냈다. 9회 등판한 마무리 봉중근도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두 팀은 하루 쉰 뒤 19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덕아웃을 바꿔 3차전(5전3선승제)을 치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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