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조직적으로 불법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신한은행 고객정보조회 관련 내부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주장이다. 해당자들은 '신한 사태'로 알려진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 사장 쪽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이 대부분이어서 흠집을 찾기 위한 표적 사찰이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신한은행 경영감사부 등은 해당기간에 내부 고객정보파일(CIF) 등을 이용해 매월 약 20만 건의 고객정보를 조회했다. 그 중 신 사장은 물론이고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의원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에 대해서는 각각 수십 차례씩 집중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민주당과 관계 일각에서는 라 전 회장의 '50억 원 비자금 의혹'을 추궁하던 상황이어서 불법조회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측의 관여 여부가 주목 받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의혹의 심각성은 비단 은행 내부 권력다툼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력인사들에 대한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엿보았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유력인사들의 고객정보까지 불법 조회하는 마당인데 일반고객의 정보는 어떻게 취급될까 하는 근본적 의구심과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그러잖아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와 올 7월 신한은행 종합검사 결과 각각 5,306회, 1,621회의 고객정보 부당 조회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번 의혹 관련 사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데다, 적발된 부당 조회에 대해서도 경징계에 그쳐 부실한 검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현행 신용정보보호법은 금융사가 고객정보 이용에 포괄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고객 신용정보 등을 조회할 땐 별도로 고객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의혹의 핵심인 유력인사에 대한 금융사찰 의혹은 물론이고, 매월 20만 건에 달한 고객정보 조회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도 철저히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신뢰회복 차원에서 엄단해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