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음악으로 가난한 아이들 자존감 회복… 엘 시스테마는 여전히 성장 중인 시스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음악으로 가난한 아이들 자존감 회복… 엘 시스테마는 여전히 성장 중인 시스템"

입력
2013.10.17 11:31
0 0

17일 베네수엘라의 무료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창안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4) 박사의 방한 간담회에서 먼저 기자들을 맞은 것은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의 현악 파트를 함께 맞춰 보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10~20대 5명이었다.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아브레우 박사의 도착은 지연됐지만 "음악을 통해 공유의 가치를 가르친다"는 그의 신념을 몸소 전하듯 이날 서로를 처음 만난 이들은 말 대신 눈으로 호흡을 조정하며 무리 없이 기념 연주를 마쳤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일 덕수궁 중화전에서 2010년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표방해 만든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엘 시스테마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 200명의 합동 공연을 연다. 앞서 1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만의 단독 콘서트도 열린다.

음악가이자 경제학자로 베네수엘라의 문화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아브레우 박사는 이번 공연을 위해 2010년 서울평화상 수상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가 사재를 털어 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지하 주차장에서 거리의 아이들 11명을 모아 악기를 주고 가르치면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38년 간 총 40여 만명 아이들의 삶을 바꿔 놨고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포함한 28개국에 퍼져 나갔다.

아브레우 박사는 "가난으로 자존감을 잃었던 아이들이 정체성을 회복하고 이것이 곧 훌륭한 시민정신으로 이어졌다"고 엘 시스테마의 성과를 설명하며 특히 이번 공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한국과 베네수엘라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합동 공연으로 양국 청소년들이 예술적으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음악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간의 이상이 하나임을 입증해 보이고 양국 간 다른 문화가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잘 보여 줄 겁니다. 전 세계에 정의와 평화가 무엇인지 알려 주고 싶습니다."

전국 30개 지역에서 1,600명의 아동ㆍ청소년을 가르치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교육 대상을 특정 계층으로 제한하지 않아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인 엘 시스테마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도제식 악기 교육이 아닌 합주 활동을 통한 소통과 협력"이라는 아브레우 박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점에서는 같다. "엘 시스테마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폭력과 범죄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이 다양하고 긍정적인 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베네수엘라 사회의 혼란한 가치 체계는 질서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또 "소수의 엘리트 육성에 초점을 맞춰 온 음악 교육을 대다수가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바꿔 놓은 덕분에 국가적 차원의 주목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엘 시스테마의 교육 거점이 베네수엘라 전역 180개로 늘어나면서 빈민가뿐 아니라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도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악기는 대여 형식으로 무상 지원되며 수업도 무료다.

아브레우 박사는 엘 시스테마가 "정체돼 있지 않고 계속 성장 중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100만 명의 엘 시스테마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래하고 연주하는 날을 꿈꾼다"며 "지금부터 60만명이 새롭게 참여해야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교육 모델뿐 아니라 건물과 음향, 조명 시설 등 인프라 확충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