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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기자의 청진기] 상급병실료 없는 1인실 과연 실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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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기자의 청진기] 상급병실료 없는 1인실 과연 실현 가능할까

입력
2013.10.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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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싼 다인실(일반병실)이 아닌 비싼 1, 2인실(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건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연말까지 일반병실을 늘리거나 2, 3인실까지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급병실료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병원 운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상급병실료 제도가 흔들리게 생겼으니 당연히 병원들은 울상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자발적으로 상급병실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 1인실을 운영하겠다는 대학병원이 나와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이화여대의료원이다. 2017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건립 준비 중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제2부속병원의 특실과 VIP실을 제외한 모든 병실을 1인실로 만들고, 입원하는 환자에게는 일반병실료만 받겠다는 계획이다. "환자 간 감염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내 의료체계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의료원 측은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선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야심 찬 시도이며 결국은 맞는 방향이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려대 윤석준 교수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은 기본 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내는 일반병실(4~6인실) 비율이 64.9%다. 나머지는 병원이 정한 병실료를 환자가 다 부담하는 상급병실이다. 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진료비(수가)가 대부분 정해져 있는 국내 의료계의 현실에서 상급병실료는 병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윤 교수팀의 조사 결과 상급병실료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총 수입의 4.2%를 차지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총 수입 중에선 14.4%다.

상급병실료를 안 받으면 이 부분을 과연 무엇으로 충당할 거냐에 대해 이화의료원은 "병원 수익모델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된다"고 답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특허나 기술료가 발생하는 연구활동 활성화, 프리미엄 건강검진 서비스 강화, 공항과 가까운 장점을 이용한 해외 환자 유치 등으로 창출되는 수익이 상급병실료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1인실을 원치 않는 환자는 병실과 병실 사이 벽을 틀 수 있도록 설계(가변형 1인실)하는 등 환자중심병원으로서 새로운 브랜드파워를 만들어 추가 수익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학병원 교수는 "1인실은 다인실보다 의료진의 동선이 길어지고 간호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한데, 현실의 병원이 이런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진료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대학병원장은 "인기영합적이고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화의료원 내부에서도 제2부속병원이 개원하면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화의료원의 계획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환자를 위해서"라는 의료원의 계획이 장밋빛 전망에 그치지 않고 진짜 실현될 수 있을지를 많은 환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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