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노인들이 무방비로 당하는 금융사고는 은행창구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면 막을 수 있어요."
전북 무주우체국 김민숙(53ㆍ사진) 대리는 농촌 노인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까지 사기를 당할뻔한 피해를 네 번이나 막아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이모(85) 할아버지가 우체국에 찾아와 손자가 사고를 내 합의를 하기 위해 현금 8,000만원을 찾으러 왔다며 예금을 해약해 달라고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 대리는 "전화사기 같다"며 이씨 설득에 나섰으나"빨리 돈을 찾아달라. 늦으면 손자가 구속된다"고 오히려 화를 내며 인출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김 대리가 돈을 찾아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 이씨는 송금한다며 전액 현찰로 자루에 담아 달라고 막무가내 재촉했다. 김 대리는 틀림없이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으로 직감하고 동료 직원과 함께 설득에 나서 송금을 막았다.
또 산골인 무주군 무풍우체국에 근무하던 지난해 3월에도 김모(78)할머니가 급하다며 200만원을 송금해 줄 것으로 요구하자 전화사기임을 의심했다. 할머니에게 돈을 보낼 곳을 물어보니 "전화요금이 미납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손자가 돈을 보내 달라고 한다."며 침착성을 잃고 어찌할 줄 모른 채 계좌 이체만 종용했다.
그는 전화사기의 피해사례와 수법을 설명하며 침착하게 설득한 후 파출소에 신고해 확인한 결과 전화사기로 밝혀져 할머니의 귀한 돈을 지켜주었다.
김 대리는"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농촌 노인들에게 검찰, 경찰, 자식, 손자 등을 내세워 돈을 요구하면 대부분 속아 넘어가는 실정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예방대책이 뒤따라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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