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강원 강릉시내 주요 바닷가에서 낚시가 금지된다. 지난해 여름 경포해변 내 음주 규제에 이어 또 한번 영세상인들과 동호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강릉시가 상정한 '낚시통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 가결해 23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바다낚시를 통제하는 조례는 인천 남동구에 이어 강릉이 전국에서 두 번째다.
무분별한 낚시 행위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찌를 던지는 과정에서 낚시바늘과 납 봉돌(납추) 등이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 우려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조례를 마련했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이다.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강문동 '솟대다리'인근(1,601㎡)과 강릉항 '솔바람 다리' 일대(3,379㎡)가 가장 먼저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된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다 적발되면 1차 20만원, 2차 40만원, 세 번째에는 8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시는 앞으로 강릉항-심곡항-금진항을 잇는 해안도로인 헌화로 일대도 낚시 금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진항 일대는 고등어 떼가 올라오면 전국에서 수 백명의 강태공이 몰려드는 명소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 경포해수욕장 음주 규제 조치와 마찬가지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란 입장이다. 여가를 즐길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관광객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낚시점과 건어물 가게 등 영세상인들이 직격탄을 맞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만집(52) 시 번영회장은 "강릉항과 헌화로에는 주말이면 많은 강태공과 가족들이 찾는데, 시가 이런 소중한 관광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낚시 금지조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낚시 동호회원 이민철(39)씨는 "안전이 문제라고 하면 관리인력을 배치하고, 찌나 낚시바늘, 쓰레기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강태공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경포해수욕장 음주규제와 마찬가지로 낚시를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조례가 무사히 시의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질 지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릉시에는 낚시 금지구역 단속권을 가진 공무원이 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심종인 강릉시의원은 "관리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조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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