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1)씨는 9월 초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캐주얼 브랜드 가방을 구매했다 크게 화가 났다. 19만8,000원짜리 가방을 50% 할인된 가격인 9만9,000원에 판매한다고 해 얼른 구매했는데, 알고 봤더니 할인율이 뻥튀기 돼 있었던 것. 이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같은 가방이 14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실제 할인율은 50%가 아닌 34%인 셈이다. 34%도 적은 할인율은 아니지만 속았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김모(37)씨 역시 최근 한 레스토랑 식사권을 소셜커머스에서 구매했다가 기분이 상했다. 34% 할인된 가격이라고 해 5장이나 구매했는데, 식당에 가보니 특별할인가라는 게 있어 같은 가격에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복잡한 결제 과정을 거쳐 5장씩이나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하면 무조건 싸다'라고 인식하면 큰 오산이다. 할인율을 부풀리거나 상시 할인 중인 상품을 마치 이 곳에서만 할인해주는 식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5일 소비자문제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가 1일부터 10일까지 소셜커머스 '빅3'인 쿠팡, 티켓몬스터(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분석한 결과, 10개 중 3개가 할인율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무작위로 80개의 상품을 추출해 가격 조사를 했는데 24개가 기준가를 높이는 식으로 할인율을 과장했다. 특히 숙박, 레저 등 서비스 상품 분야에서 이런 '뻥튀기'가 두드러졌다.
예컨대 쿠팡은 10만원짜리 펜션 숙박권을 50% 할인해 5만원에 판매한다고 내세웠는데, 실제로 할인율은 0%였다. 펜션이 자체적으로 상시 50%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 위메프 역시 38%의 할인율을 내걸고 '스파+숙박 패키지'상품을 7만7,000원에 팔았지만 실제 할인율은 1.8%에 그쳤다. 해당 숙박업체는 동일한 상품을 7만8,400원에 팔고 있었다.
쿠팡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계약 직후 가격을 내린 것까지 확인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 "다시 살펴보고 소비자들이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주로 ▦오프라인상에서도 상시할인 중인 상품을 '정상가 대비 % 할인'으로 표기하거나 ▦비수기 요금과 성수기 요금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큰 폭으로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하거나 ▦런치와 디너가격 다른데도 비싼 디너가격을 기준가로 제시한다거나 ▦ 할인이 거의 없는 경우 '특별가'란 모호한 표현으로 표기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가격 꼼수를 알고 환불하려고 해도 7일이 지나면 원금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업체가 제시한 기준가와 할인율을 맹신하지 말고 가격비교사이트 등에서 가격을 직접 확인한 후 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날 할인율 과장 등과 관련해 쿠팡, 티몬, 위메프, 그루폰 등 4대 소셜커머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접하는 첫 화면에 실제 소비자가 부담할 금액보다 낮은 가격을 표시했는데, 예를 들어 초기 화면에는 펜션 및 무한리필 바베큐 패키지 상품이 3만5,000원이라고 나오지만, 이 화면을 클릭해보면 바베큐를 제외한 숙박비만 3만5,000원이고 패키지상품은 그 보다 비싼 5만5,000원(주말은 7만5,000원~8만5,000원)에 파는 식이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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