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5일 "중고도 미사일방어체제(THAAD)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THAAD는 미국 MD의 핵심 장비인데다 기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요격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합의하는 대신 미국이 요구해 온 MD 편입을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ㆍ미ㆍ일로 이어지는 '3각 MD' 구축을 바라던 미국은 실제로 전작권 반환 시기를 논의한 제45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 전후로 어느 때보다 강하게 MD 참여를 언급했다. 지난 2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서울에서 SCM을 열고, 2015년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미루기로 했다. 양국은 시기를 못박는 대신 ▦달라진 안보상황 재평가 ▦북한 핵무기ㆍ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시 한국군의 작전수행능력 등 세 가지 조건을 따져 전작권 이양 시기를 판단하기로 했는데, 결국 북한 미사일 대응능력이 가리키는 것이 MD 구축이라는 해석이었다.
척 헤이글 장관은 9월 30일 내한하는 도중 기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미사일 방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같은 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북한 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한미간 공동 통합 미사일방어체계(JIMDS)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했고, 새뮤얼 로클리어 미 태평양군사령관도 이달 1일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 전체를 지원하는 포괄적인 전역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지난 SCM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와 미국 MD 편입을 맞바꿨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다시 연기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추가로 떠안을 경우 미 의회 등의 비판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MD 편입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의 고가 무기를 도입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줄일 수 있다면 이 같은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MD 편입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THAAD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늦어도 2022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KAMD만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방에서 후방까지 거리가 짧은 한반도 특성상 30㎞ 이하의 저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下層) 방어 체계가 효과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한반도 외 지역을 겨냥할 경우 대포동 등 고고도 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하면서 한반도를 벗어나기 때문에 우리 군은 저고도 미사일에 대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헤이글 장관 등 미국 인사들의 MD 관련 발언은 우리 정부에게 MD 편입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서 MD 참여 논란이 거세 THAAD 도입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THAAD 2개 포대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개 포대를 만드는데 1조원 이상이 들어가 예산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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